출처=‘mBC 스페셜’ 캡쳐
당신의 마음속 가장 따뜻한 기억은 무엇인가, 하늘나라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제작진은 이런 질문은 가지고 휴먼 다큐멘터리와 VR(가상현실)을 접목해 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장 최전선의 기술인 가상현실, 인공지능, 실감콘텐츠가 게임처럼 재미를 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지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가상현실)로 구현해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다시 불러오려 한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 씨는 3년 전 가을, 일곱 살이 된 셋째 딸 나연이를 떠나보냈다. 목이 붓고 열이 나기에 그저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나연이가 떠난 건 발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엄마의 바람은 하루만이라도 다시 만나 나연이가 좋아하던 미역국을 끓여준 뒤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해주는 것.
집안 곳곳 나연이 사진이 놓여있고 매달 기일에는 생전에 좋아하던 장난감을 납골당에 넣어준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는 의미에서 나연이의 이름과 생일을 몸에 새기기도 했다.
어떻게든 존재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가족은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 손을 내밀어도 잡을 수 없는 아이를 다시 보고 느낄 수 있을까.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로 살았던 아이를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상현실로 구현해야 해야 하는 작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가상현실),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구현 작업을 시작했다.
VR(가상현실) 속 나연이를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인터뷰와 핸드폰 속 사진과 동영상에 저장된 다양한 표정, 목소리, 말투, 특유의 몸짓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이 과정을 토대로 순간의 동작을 포착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거친 긴 CG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좋은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 엄마의 기억을 적극 활용해 나연이가 좋아하던 옷과 신발을 그대로 구현했고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엄마와 나연이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으로 설정했다.
더 현실감 있는 몰입을 위해 체험자와 가상현실 속 캐릭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도 포함된다. 손을 잡거나 건네주는 물건을 받을 수 있고 엄마와 나연이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나연이 목소리 구현도 진행했다.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체험을 하는 동안 짧은 대화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만들어내려 했다.
2020년 1월, 마침내 나연이를 만나는 날이 다가왔다. 상암 MBC에 위치한 가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만남 이벤트’를 위해 VR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함께한 제작진과 기술 엔지니어, 촬영팀,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에게 최초의 시도이기에 낯설고 어려운 작업. 꿈에라도 한번 보고 싶다던 나연이를 만난 엄마 장지성 씨의 반응은 어땠을까. ‘엄마’하고 울려 퍼진 소리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