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책임으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연임 도전에 먹구름이 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3월 말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 안을 결재했음에도 후보 추천 유지 여부를 3월 4일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은행장 후보 선임 절차를 2월 중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4일 회의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기관제재와 함께 통보되며, 통보일을 기준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손 회장의 경우 제재가 확정되면 은행법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가 될 수 없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판단을 유보했을 뿐이다. 3월 4일 금융위 결정에 따라 후보추천을 철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지만,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 감경 등을 권고할 여지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금감원장이 주의적 경고로 감경하는 경우의 수를 아주 배제하기도 어렵다.
손태승 회장의 제재가 금융위에서 확정되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우선 이사회가 후보 추천을 철회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 손 회장이 금감원 제재효력을 중단시키는 가처분소송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후보 추천을 철회하면 연임 도전은 물거품이 된다.
금감원 제재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지 않거나, 손태승 회장이 낙마할 경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상법상 주총 15일 전에는 안건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3월 4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남짓한 시간 안에 새 회장 후보추천 과정을 진행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고, 새 은행장이 회장 권한대행을 맡는 방안이 가능하다. 이 경우 권한대행 체제 아래에서 새로운 회장 후보 선출과정을 밟게 된다.
손태승 회장이 매년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데다, DLF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임원들이 다수다.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한 만큼 내부 회장 후보는 마땅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손 회장의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물밑 작업 조짐이 감지되는 이유다. 과거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합한 인사들과, 손태승 회장과 우리은행장 및 우리금융회장직을 경쟁했던 이들이 우선 꼽힌다. 주로 전직 임원들이다.
2년 전 벌어진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고가 최근 다시 부각된 것도 잠재 후보군 측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태승 회장 임기 중 실책을 부각,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질 부족 프레임’을 만들어 자진사퇴를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
또한 관료 등 외부출신의 회장직 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2008년까지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등 외부 은행장 시절을 겪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이팔성 회장 이전까지 윤병철, 황영기, 박병원 등 외부인사가 독차지했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간 과점주주가 가장 많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지만, 아직 민영화가 진행 중이어서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는 정부 산하 예금보험공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