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전 주무관은 의왕·과천 지역구에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 운동에 한창이다. 일요신문은 2월 6일 장 전 주무관을 의왕시에 마련된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내부 고발 이후 얼마나 힘든지 겪어봐야 안다”며 “당선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내부고발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이번 총선에서 의왕·과천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처음 선거에 뛰어들었다.
“지역구 사람들 만나고 다니느라 너무 바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돼서야 일과가 끝난다. 의왕·과천은 강원도 동해·삼척 이외에 시만 두 개인 유이한 지역구다. 시마다 원하는 게 다를 수 있어 열심히 파악 중이다.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
―명함에 ‘내부고발자’라고 적혀 있다.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힘들었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가시밭길일 줄은 몰랐다. 너무나 힘든 길이었다. 40대에 직장이 없어졌다. 형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으로도 불가능했다. 직장이 없어지니 재진입하는 데 장벽이 많았다. 생활이 어려웠다. 공직을 잃은 직후 친척들이 있던 의왕으로 곧바로 내려왔다. 의왕에서 아내가 칼국수집을 차렸다. 4년간 운영하면서 동네 분들에게 맛집으로 통했고 다른 분에게 넘겼다.”
―오래전 얘기지만 내부고발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부고발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 짓을 했던 걸 평생 묻어두고 간다는 게 된다. MB 정부 사람들과 손을 잡고 그들과 한 묶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럴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과 손을 잡으면 내 아이들이 컸을 때 아버지를 좋게 봐줄까란 생각도 들었다. 뒤늦게라도 공무원의 도리를 다하자는 마음도 있었다. 내부고발 한다는 이야기에 아내는 걱정은 했지만 반대는 안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나를 내부고발의 연장선상에서만 판단하고 평가하는 현실과 시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당시 총리실이 왜 민간인까지 사찰했다고 생각했나.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정권 차원에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찰 피해자가 김종익 씨라는 민간 회사 대표다. 공무원들이 영장도 없이 김 씨 회계 장부를 뒤졌던 사건이다. 김 씨를 촛불집회 배후로 그림을 그려갔던 게 아닌가 짐작된다. 또 총리실이 대법원장이나 국회의원 등 500여 명을 조사했던 기록을 발견했다. 누구 편인지 구별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이 그들을 조사할 이유가 없다. 결국 윗선 지시가 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내부고발로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
“내부고발 이후 서서히 잊혀 갔다. 관심이 줄어드는 게 힘든 건 아니다. 다만 그 관심이 줄어든 이후에도 바라보는 시선은 내부고발자에 맞춰져 있었다. 예를 들어 ‘또 내부고발을 할 것이다’ 혹은 ‘내부고발해서 저 자리에 있다’ 등이다. 내부고발 이후에도 사람들은 나를 그 연장선상으로만 봤다. 그런 점이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장점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로 알려진 ‘광흥창팀’에 합류한 것으로 들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이 특이했다. 내 속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인지 술을 진탕 먹었다. 오랫동안 술을 마시면서 여러 얘기를 했다. 그날 필름이 끊길 정도였다. 다음 날 전화를 하니 양 원장이 ‘캠프 꾸려지면 같이 일하자”고 하더라. 광흥창 팀에서는 총무 역할을 했다. 캠프에서 진행하는 여러 계약 문제나 캠프 인사들 공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광흥창 팀 멤버 대부분이 청와대로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인수위 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당선 이후 곧바로 시작됐다. 2017년 5월 9일 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내게 청와대 들어갈 멤버를 정해 말해줬다. 나는 청와대에 먼저 들어가서 준비를 시작했다. 다음 날 문 대통령이 국회 취임식 후 공보팀 등과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호실과 협의를 해놓았다. 며칠 동안 안에서 청와대 들어올 분들에게 어떻게 들어올지 공지를 전달했다. 그 이후 나왔다. 총리실 사찰 문제로 받은 선고 때문에 공직 임용 결격 사유 기간이 6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급한 조치만 하고 6개월 뒤에 다시 합류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오게 됐다. 6개월 뒤부터 마침 이명박 정부 관련 수사가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고 구속되는 시기에 장진수가 청와대 들어오면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2년 이상 쉬게 됐다. 이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합류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공익제보자라는 길에서 출발해 출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찰 사건 때 검찰은 총리실만 수사해서 ‘직원들의 일탈’로 결론을 냈다. 권력에는 손을 대지 않고 하위직에게 가혹한 수사 결과를 내렸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보면서도 검찰의 과도한 정치적 수사라는 과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민간인 사찰을 내부고발할 때와 권력층은 바뀐 게 없다는 현실을 느끼게 됐다. 이 세상을 좀 더 정의롭게 바꾸려면 정치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마 결심까지 하게 됐다. 좋든 싫든 나는 민간인 사찰 공익제보자라는 길에서 출발했고 그 길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내부고발자를 향해 ‘정치하려고 고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너무 가혹한 말 같다. 공익제보를 해 본 경험이 있고, 그 쉽지 않은 삶의 경험이 정치로 이끄는 것 같다. 다른 당으로 출마하시는 분들도 있어 각각 논평하긴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길을 걸으셨던 분들이고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데 일조하리라 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