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채로 캠프를 떠났던 김진성은 현지에서 협상을 마친 후 중도 귀국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성의 이탈 소식이 알려진 후 NC의 스프링캠프 훈련 상황이 궁금했다. 지난 4일 일요신문이 방문한 투산 NC 훈련장은 변함없이 활기차게 진행됐다. 이동욱 감독은 김진성의 이탈 배경을 묻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언론에 알려진 그대로다. 김진성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끝에 결정된 것이다. 김진성한테 지금 필요한 것은 훈련보다 감정 정리였다. 팀도, 선수도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필요했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보낼 선수를 왜 미국까지 데려갔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이런 결과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만 말씀드리고 싶다.”
이 감독은 귀국을 결심한 김진성과 대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고 설명했다.
“진성이한테 너는 절대 전력 외 선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진성이가 다시 뛸 준비가 돼 있다면 당연히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팀에 필요한 선수기 때문에 진통 끝에 연봉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게 아니겠나.”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귀국하는 선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 이 감독은 “(김진성의 귀국이) 전체 훈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성이가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라 곧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NC 코치들은 김진성의 귀국을 그가 떠난 후에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준 코치는 “진성이가 캠프를 떠난 뒤에야 그가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김진성의 올곧은 성격이 귀국 결정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진성이는 잔머리를 쓸 줄 모르는 선수다. 앞뒤 재는 스타일도 아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프로 선수가 된 터라 그만의 피해의식도 존재한다. 진성이 동기가 박석민, 모창민 등인데 그들은 FA(자유계약)로 높은 몸값을 받은 반면에 자신은 그렇지 못한 데 대한 상실감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선수 생활하면서 수차례 연봉 협상을 해봤지만 어떠한 금액에도 선수는 만족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떠올린 내용이 있었다. 내가 힘들 때 구단에서 받아준 부분을 말이다. 아쉬움보다 고마움을 앞세운다면 연봉 협상에서의 어려움들은 잘 극복해낼 수 있다. 진성이도 마찬가지다. 선수가 손해 본다는 생각보다 팀에 고마웠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만약 진성이가 귀국 전 나를 찾아왔다면 그런 내용으로 설득해서 (애리조나) 투산에 남게 했을 것이다.”
2004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가 방출된 김진성은 당시 신생팀 NC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꽃피웠다. 2014년 3승 3패 25세이브로 깜짝 활약을 펼치며 팀의 불펜 주축 선수로 인정받았고 연봉도 조금씩 상승했다. 김진성은 2015~2017년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시즌 50경기 3승 2패 5홀드 평균자책 7.15로 부진했고, 2019시즌에는 42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NC의 투산 훈련장에서 만난 한 베테랑 선수는 김진성의 이탈을 아쉬워하면서 NC 선수단이 동요 없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을 했다. 그는 김진성이 하루 빨리 마음을 잘 추스르고 캠프로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