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영업이 중단됐던 CGV 성신여대입구점. 사진=연합뉴스
#2만 원대로 추락한 CJ CGV 주가
CJ그룹 극장체인 계열사 CJ CGV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에만 163개 지점, 1191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부동의 1위라는 위상을 앞세워 2016년 1월에는 주가가 14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CJ CGV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우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의 경우, 등락을 거듭하며 5만 원대를 넘보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급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 2월 3일에는 장중 한때 2만 51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신저가를 찍은 뒤 현재는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CJ CGV의 주가가 힘을 잃고 있는 배경에는 해외법인의 부진이 있다. 2018년 CJ CGV는 해외법인 실적에 발목이 잡혀 코스피 상장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신흥시장이라 기대를 모았던 터키에서의 실패가 뼈아팠다. 현지 최대 극장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지분 인수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의 계약을 통한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CJ CGV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조 4440억 원에 영업이익 779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8%와 49.64%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2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193억 원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물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법인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터키에서도 적자 폭을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높아진 부채비율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CJ CGV는 2018년 3분기 부채비율이 339%였지만,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분기 72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부채비율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1월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 1116호가 모든 리스계약을 부채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 사업은 업태의 특성상 리스 활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CJ CGV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어, 이를 단기간 내 해결하기 어렵다. CJ CGV는 중국·동남아지역 통합법인 ‘CGI홀딩스’를 설립해,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부채비율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직격탄
이에 더해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국내외 시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CGI홀딩스 상장 일정 차질과 1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CJ CGV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실적에서 13%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CJ CGV는 100여 개에 이르는 현지 영화관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임시휴업 사태를 겪었다. CGV 성신여대입구점과 부천역점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드러나 영업을 임시중단하고 방역 후 재개했다. CJ CGV 측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자체 극장 전체 방역과 보건소 방역 등을 세 차례 실시하는 등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며 “부천 지역뿐만 아니라 수원, 강릉, 일산, 광주 등 확진자 이동 동선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긴급 방역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극장 내 개인 예방 수칙 안내, 손 세정제 비치, 마스크 착용 등 위생 관리를 강화해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공포로 인해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고스란히 관객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과 2일 국내 극장 관객은 각각 46만 명과 36만 명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전 주말 일평균 60만~80만 명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관객수가 반토막 난 셈이다.
CJ CGV 측은 주가 하락에 대해 신종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고 봤다. CJ CGV 관계자는 “지난 1년간 CJ CGV 주가 하락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성장에 따른 극장산업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주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우려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장 실적은 콘텐츠의 영향이 크다. 설 연휴 기대작들이 예상과 다른 성적을 거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법인 실적에 대해서는 “해외법인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며 “가장 문제로 제기되는 터키법인은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믿었던 CJ CGV의 부진, 그룹 영향은?
CJ CGV는 시가총액 6200억 원 규모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몸집이 크지 않다. 매출 기준으로도 CJ그룹 내 CJ CGV 기여도는 8% 수준이다. 하지만 CJ CGV는 CJ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문화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다. 해외법인 극장을 통해 ‘CJ’ 간판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 거점사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상징하는 한 축인 셈이다.
CJ그룹은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 E&M,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유동성 위기설 및 올리브영을 비롯해 CJ오쇼핑, CJ대한통운 등 계열사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18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글로벌 1등을 만든다는 ‘월드베스트 CJ’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말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 경영 패러다임도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인수·합병 지양’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CJ그룹은 관계자는 “그룹 내 CJ CGV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에 따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CJ그룹을 둘러싼 위기설, 매각설은 사실과 다르다. 4분기 실적이 나와야 알지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