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 은퇴 소식을 전한 류제국. 그의 은퇴 배경을 놓고 사생활 논란이 거론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셜미디어상에서 ‘류제국과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류제국과 관계에서 일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폭로전이 계속됐고 연일 화제가 되면서 류제국의 은퇴 선언이 나왔다. 이후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일요신문이 온라인상에서 ‘내연녀’로 불리는 여성 2인(A·B로 지칭)을 동시에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많은 야구팬들이 유부남 선수가 여성들을 만났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만남이 시작된 것인가.
A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스포츠 관련 일을 했다. 다수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고 사석에 가끔 나를 부르기도 했다. 2016년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류제국을 알게 됐고 가끔 그런 자리에서 몇 번 봤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B “2014년 처음 만났다. 그때 잠실구장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카페 인근에 LG 선수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어 선수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많은 선수들이 단골이었기에 자연스레 그들과 친분이 쌓였다. 그러다 류제국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만날 수는 있지만 연인관계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B “당연히 관심도 없었고 고려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류제국에게 연락이 오는 빈도가 늘어났고 나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더라. 밀어내려 했지만 수개월을 ‘사랑한다’며 마음을 표현했고 ‘이혼할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살고 있다’는 계획을 수도 없이 이야기했다. 결국 나도 마음을 열게 됐다.”
A “B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 어느 순간부터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연히 나도 그 마음을 밀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잠을 잘 못자고 매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류제국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가 잠이 드는 새벽 3~4시까지 모바일 메시지를 보내왔고 하루에 세 번 끼니마다 ‘밥 챙겨 먹고 약 먹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기간이 3개월이 넘었던 것 같다. 그 정성에 결국 내 마음이 움직였다. B 씨에게 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곧 이혼을 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B “주변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내 존재를 공개하는 태도도 믿음을 갖게 했다. 동료 선수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나를 데려가는 경우가 많았고 현직 기자와 술자리에도 함께했다. 친형과도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
류제국과 약 5년간 만남을 지속해온 B 씨는 “2019년 2월에도 헤어지자고 말하자 ‘이혼하겠다’며 나를 붙잡았다”며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사진=B 씨 제공
A “그 부분은 나나 B 씨도 잘못했다고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미안하다는 뜻도 그 가족에게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정말 류제국에게 속았다는 말도 하고 싶다. 만남을 시작하기 전 항상 ‘이혼할 거다. 와이프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었다. 후회가 된다.”
─결국 그런 관계가 끝난 이유는 무엇인가.
A “류제국의 초대로 야구장에도 종종 갔고 라커룸 주변까지도 출입을 했기에 관계를 눈치 챈 일부 팬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일부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이렉트메시지로 욕설 등을 보냈다. 여러 사람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에 지쳤던 것 같다.”
B “A 씨가 류제국과 관계를 끝내며 일부 팬들에게 ‘그만해 달라’는 의미로 글을 남겼다. 급기야 나도 그 글을 보게 됐다. 비록 가정이 있었지만 이혼할 줄 알았고 미래를 함께할 생각으로 5년여를 만났는데 3년간 만난 다른 여성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었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를 이어갔다. 현재도 종종 이어오고 있다. 그런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처음 B 씨도 그렇고 류제국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다. 그게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번 만나서 이야기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마다 약속을 미뤘고 결국 흐지부지됐다. (류제국) 아내 분께는 내가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류제국에게 직접 연락처를 물었고 연락을 취했다. 욕설을 퍼붓는 데도 3~4시간 동안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사자가 아니고 류제국 친구의 연락처였다. 끝까지 나를 기만한 것이다.”
B “나도 마찬가지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며 사과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그게 안 됐다.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작년 8월 야구장 앞까지 찾아갔고 밖에서 기다렸는데 끝내 류제국은 나오지 않았다. 며칠 뒤 은퇴를 선언하며 모든 게 끝났다. 처음엔 억울한 심정에 폭로를 시작한 면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내 피해를 더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이 자리에도 A 씨와 함께 나왔다.”
─사생활 문제를 왜 대중에 알리고 싶은 것인가.
B “폭로한 공간이 소셜미디어라 댓글이나 메시지 등으로 반응이 정말 많다. 단순히 비난을 하거나 응원을 하는 내용도 있지만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A “나 같은 경우가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루에도 몇 건씩 비슷한 제보가 온다. 곧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끼리 모임도 가진다고 하더라. 나에게도 연락이 왔지만 모임에 나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어떤 내용들인가.
A “물론 가정과 선수로서 생활에 충실하고 건전한 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너무나도 많다. 유부남 선수들이 아내 외의 애인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유부남 선수와 만났다는 어떤 분은 선수가 함께 가자고 해서 해외 스프링캠프지에도 따라갔다더라. 그런데 거기서 관계가 틀어졌고 선수가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결국 캠프지에 혼자 남겨졌다. 이렇게 해외 캠프가 ‘일탈’의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일본 오키나와 캠프 기간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B 씨도 하루 차이로 오키나와에 갔더라. 와이프가 있는 선수가 결혼 사실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미혼으로 속이고 소개팅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류제국과 만나던 시절, 동료 선수들이 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B “A 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에게 연락을 취한 다른 여성분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만남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엔 그 사람을 믿었다. 그만큼 상처도 더 크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런 일을 겪은 분들 중에 야구팬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야구를 좋아했고 선수를 좋아한 것인데 이를 나쁘게 이용하는 선수가 일부 있다. 이제라도 많은 분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A “관계를 이어오다 우리가 폭로를 시작한 이후로 버림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8년을 만나오다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여자 분이 억울함을 이야기하니까 선수가 가정과 직장에 다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최근 다시 ‘너밖에 없다’면서 연락이 왔단다. 캠프를 떠나게 되니 다시 찾는 것이다.”
─소송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해 달라.
B “만난 기간이 5년이지만 그중 오랜 기간 힘들게 관계를 지속해왔다. 보통 연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툼도 더 격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은 유독 나에게 막 대해 왔더라. A 씨에게는 그러지 않았으면서 나에게는 욕설도 많이 했고 나를 무시했다. 입에 담지 못할 성적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음란물 유포 협박,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그중 일부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어간 상황이다. 일부 언론에서 ‘음란물 유포 혐의’라고 나왔는데 유포가 아닌 유포 협박이다. 만나던 시절 집요하게 신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길 요구했고 마지못해 보낸 적이 있다. 그랬는데 나중에 그걸 내 친동생에게 보내겠다면서 협박을 했다.”
A “나에게도 협박을 했다. 사진을 몇 번 보냈는데 다툼이 일어나니 ‘그동안 보내준 사진들이 어떤 용도로 쓰여도 상관없다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금전 문제도 있었다. 해외 캠프 때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500만 원을 빌려줬고 그 캠프 동안 돈을 몇 번 더 보내줬다. 빌려준 500만 원은 나눠서 갚겠다고 했지만 결별하기까지 한 번도 갚지 않다가 내가 이야기를 하니 돌려줬다.”
B “소송 문제 외에 이 자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이야기인가.
B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에 이 문제를 가지고 갔다. 클린베이스볼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추후 돌아오는 답은 ‘은퇴선수이기에 KBO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었다. 사생활 문제로 큰 징계가 내려지는 시대다. 만일 류제국이 급작스럽게 복귀를 선언해도 경기에 나서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KBO가 관련 내용을 은폐했다는 정황이 있어서 문화관광체육부가 운영하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최근까지도 KBO 측과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질의를 해도 KBO는 명확한 답이 없이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느낌을 준다.”
B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A 씨와 나도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하는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도를 넘은 성적 비하나 조롱은 용납하기 힘들다. 둘 다 각각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일부 악성 댓글에 대해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한 상태다. 이런 무분별한 악성 댓글 때문에 겁을 먹고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도를 넘는 행동은 멈춰줬으면 좋겠다.”
한편 일요신문은 7일 저녁 위 인터뷰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류제국과 통화했으나 그는 “언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담당 변호사를 연결해줬다. 이 변호사는 “무분별한 폭로로 류제국의 가족도 고통을 받고 있다. 폭로가 이어지면서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전 내연녀들을 상대로) 협박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