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중국과 미국 등 전문가들의 초기 예상보다 빠르다. 1월 말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늦어도 2월 3일이면 환자 수가 피크(하루에 확진 환자 수와 완치 환자 수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종식까지 길게는 내년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중국과 미국 등 전문가들의 초기 예상보다 빠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질환)와 비교해서 전파력이 4~9배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2월 3일부터는 세계적으로 하루에 3000명 넘는 새로운 확진 환자가 나오고 있다. 2월 5일까지 전 세계 누적 확진 환자는 2만 8000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현황과 비교해 양호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월 7일 기준 국내 확진 환자는 24명이고, 완치 환자는 2명이다.
1월 말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늦어도 2월 3일이면 환자 수가 피크(하루에 확진 환자 수와 완치 환자 수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있었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 연구팀과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은 사스의 전파 상황과 비교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힘이 약해지는 시점을 예상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스가 2003년 당시 중국의 춘제 특별수송 기간을 거치며 급격히 확산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춘제 특별수송 기간(1월 10일부터 2월 18일)이 시작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춘제 기간 발생한 사스 환자는 약 8000명이었는데,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사스 때의 수준으로 발생한다면 1월 30일 정도를 피크로 봤다. 사스 때보다 3배 많은 수준으로 발생한다고 해도 2월 3일이면 피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월 6일 이미 사스 때의 3배 이상인 2만 8018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았다. 춘제 특별수송 기간이 끝나는 2월 18일까지 사스의 몇 배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어날지 예상하기 힘들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1월 말에 나온 이 연구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온 시나리오였는데 현실은 그보다 더욱 심각한 셈이다.
피크를 넘어서야 안정기에 접어든다. 완치되는 환자 수가 새로 늘어나는 확진 환자 수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국인 중국의 전파가 종식돼야 주변국인 우리나라의 전파도 끝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예상 피크 시점을 두고선 의견 차이를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만 놓고 봤을 땐 사스나 메르스와 비교해 전파력이 강하지만 전파 양상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선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확진자는 24명에 그친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상엽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월 말, 5월 초에 들어서면 한풀 꺾일 것으로 본다. 아무래도 겨울보다는 온도가 높은 여름에 바이러스 증식과 전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환절기 독감도 그때쯤 사그라든다”면서도 “물론 중국의 상황이 나아져야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 중국에서의 발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장 많이 비교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해 전 세계 감염자 8273명, 사망자 775명(치사율 9.4%)을 낳은 사스는 약 9개월 만인 2003년 7월 종식됐다. 전 세계 감염자 1367명, 사망자 528명을 발생시킨 메르스는 국내에서도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기록하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메르스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땐 2012년 4월에 시작해 3년 3개월 만에 종식됐다. 국내에선 2015년 5월 첫 환자가 발생해 7개월 만인 2015년 12월 종식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 독감과 달리 온도에 영향을 덜 받고 예상보다 오래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비교적 따뜻한 나라인 태국이나 싱가포르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4, 5월이 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힘이 약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해외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바이러스 자체만 두고 보면 사스나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적어도 6월 말 7월 초 정도는 돼야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안정기에 도달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전했다.
이어 전병율 교수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계속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는 가정 하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바이러스 전파가 종식돼야 우리나라도 종식된다. 전파가 끝나면 그때까지 발생한 확진 환자를 완치시키는 데 한 달이 걸리고, 잠복기인 2주의 두 배를 확진 환자 없이 보내야 하기 때문에 또 한 달 걸릴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엔 내년까지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강하지만 전파 양상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우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사무관은 “메르스는 국내에서 전파가 시작됐지만 신종 코로나는 중국에서 들어오면서 전파돼 양상이 다르다. 중국이나 전 세계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확진 환자가 적다”며 “아직 종식 시기를 논하기엔 이르다. 지역 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묵묵히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