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최근 서울중앙지검보다 서울남부지검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검찰 내에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된 이후, 재편 과정에서 되레 힘이 실린 형사6부와 금융조사1부, 금융조사2부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수사도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데, 청와대를 겨누는 수사가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 초 이성윤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여권을 겨냥한 수사의 처리 방향을 놓고 검찰 내부 갈등이 여러 차례 표출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달라진 중앙지검, 내부 반발까지
검찰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2월 10일에는 검사장들 사이의 의견 충돌이 벌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항을 세 번이나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윤석열 총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할 것을 세 차례나 지시했는데도, 이 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은 것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지검장은 문 지검장의 비난에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올해 초 이성윤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여권을 겨냥한 수사의 처리 방향을 놓고 검찰 내부 갈등이 여러 차례 표출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이던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이성윤 지검장이 주재한 회의 자리에서 “불법을 외면하는 건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를 통해 검찰의 핵심 수사를 지휘했던 기존 체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인사와 함께 검찰 조직이 재정비됐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서울남부지검
이런 분위기에서 서울남부지검이 주목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3차장 산하 검사 2명, 1차장 산하 검사 1명 등 총 3명을 금융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한다. 서울동부지검도 검사 1명을 남부지검에 지원하는 등 서울남부지검이 비대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서 수사하던 신라젠·라임 사건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와 형사6부에 배당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명분은 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로 인해 금융범죄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사력 확대가 절실했다. 이를 이유로 삼아 인력 보강을 결정한 윤석열 총장이 직접 내린 지시이기도 했는데, 그는 “다중 피해를 낳는 금융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며 수사팀 증원을 직접 챙겼다. 사건도 재배당했다. 신라젠·라임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와 형사6부에 배당했다.
이 가운데 먼저 힘을 받은 것은 형사6부다. 윤석열 총장이 지시한 증원된 검사들이 모두 형사6부로 파견됐기 때문이다. 수사 검사가 10명에 달하는 거대한 특수 수사팀이 된 셈이다. 특히 조상원 형사6부 부장검사는 윤석열 총장이 매우 신뢰하는 특수 검사라는 후문이다. 라임 사건을 원래 담당하던 배지훈 검사를 형사6부에서 근무토록 해 연속성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조사부와 달리 형사6부는 특수부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수사를 확대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금융’ 사건만 수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기업을 수사하다가 정치권으로 돈이 흘러간 정황을 찾아내면 얼마든지 수사를 확대해도 되는 부서라는 얘기다.
현재 형사6부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인 라임자산운용 건은 2019년 10월 6200억 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4000여 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입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사건의 확장성. 라임자산운용이 주식 시장에서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업체들과 밀접하게 움직였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다.
특히 형사6부는 이미 라임과의 수상한 자금 거래가 드러난 상장사 리드 외에 D 사 등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다. D 사의 실질 소유주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N 사 등을 수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을 통해 이뤄진 주가조작 및 금융범죄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법조계는 주가조작 사건의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친여권 인사들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조사1부에 배당된 신라젠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0월 14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겨눈 수사로까지 퍼지나
법조계는 주가조작 사건의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친여권 인사들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조사1부에 배당된 신라젠을 주목하는 이유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문제는 주가 급락 직전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검찰도 이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등장한다. 유시민 이사장이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개최된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한 것이 알려진 것.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이철 대표 부탁으로 축사를 했는데, 신라젠과 친여권 정치인들 간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시민 이사장은 아는 사이일 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누군지 말할 수 없지만 몇몇 정치인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남부지검 측은 “일부러 정치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수사를 진행하다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증거가 확보된다면 관련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 하지만 수사를 확대하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이 더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라임자산운용도 개별 기업과 정치권이 연결된 부분만 찾아내면 얼마든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남부지검에서 큰 사건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