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가문의 장손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왼쪽)과 LS 가문의 장손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사진=연합뉴스
#‘장손’ 허준홍, 부친 운영 GS 관계사 대표로
GS 오너일가 4세 중 장손인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이 GS칼텍스를 떠나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오는 3월 삼양통상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1957년 설립된 삼양통상은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는 카시트 가죽과 핸드백 등의 피혁 원단을 제조하는 회사다. 공정거래법상 GS그룹에 속하지만, (주)GS 등과는 지분관계가 따로 없는 독립 계열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410억 원, 영업이익 334억 원, 당기순이익 281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삼양통상의 대표는 허준홍 전 부사장의 부친인 허남각 회장이 맡고 있다. 허 회장은 허만정 LG 공동창업주의 장손이다. 허 회장은 1938년생으로 올해 83세다. 허 전 부사장이 연로한 부친에 이어 가업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전 부사장은 이미 삼양통상 지분 22.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GS그룹 가계도.
허준홍 전 부사장은 지난해 GS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GS칼텍스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GS칼텍스는 그룹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퇴진에 관심이 쏠렸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허동수 연세대 이사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과 함께 GS그룹 차기 경영승계 구도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그중에서도 허준홍 전 부사장은 오너 일가 장손으로서 4세 가운데 가장 유력한 승계후보로 거론돼왔다. (주)GS 지분도 2.09%로 4세들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부친 허남각 회장도 지분 2.28%를 갖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GS타워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GS 가문은 경영상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대주주 회의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4세들 사이에 분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변수는 남아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허 씨 오너 일가가 친인척이 많아 ‘홍’자 항렬 4세들이 계열사 곳곳에 배치돼 근무 중에 있다. 지분율도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결국 3세들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후계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S 3세 순번 건너뛰고 구동휘 전무 가능성?
GS그룹과 마찬가지로 LG에서 계열분리한 LS그룹도 승계구도에서 이색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유력한 차차기 후보로 꼽히던 4세 경영인이 지주사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LS와의 접점이 사라진 모양새다.
LS는 2003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형제가 LG그룹에서 전선과 금속부문 등을 계열분리해 출범한 이후 사촌경영이 지켜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범LG가로 장자승계 원칙도 세웠다.
LS의 오너 2세 중에는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회장이 처음 경영권을 잡았고, 이후 사촌이자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재계에서는 몇 년 내로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차기총수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1월 30일부터 지난 2월 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주)LS 주식 1만 4700주를 매입, 지분율을 3.98%에서 4.03%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LS그룹 가계도.
이런 가운데 차차기 회장 후보군에 변화가 생겼다. 장자와 형제경영이라는 기준에서 가장 유력하게 차차기 회장으로 꼽히던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독자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웅 대표는 2세 중 가장 먼저 LS를 이끌었던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주)LS 주식 3만 5240주를 전량 매각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총 13만 9500주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어 그룹과 상관없는 독자노선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자은 회장 이후 승계구도가 안갯속에 휩싸였다.
주목되는 것은 LS그룹 2대 회장을 지낸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 (주)LS 전무가 지주사 (주)LS 지분 매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구동휘 (주)LS 전무도 지난 1월 10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8차례에 걸쳐 (주)LS 주식 2만 5755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2.21%에서 2.29%로 늘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LS타워. 사진=고성준 기자
LS그룹 측은 3세 승계구도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자열 회장과 구자은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다. 3세 경영은 10년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벌써부터 3세 경영권 승계를 예상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도 벌써 LS그룹 후계구도를 그리긴 이르다고 말하면서, 그만큼 변수도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구본웅 대표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구동휘 전무가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구 전무가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구자홍 회장이 구자열 회장에 경영권을 넘길 때도 지분이 앞섰기 때문이 아니었다. LS그룹과 같이 형제 경영에서는 지분율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구본웅 대표가 그룹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