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달하지만 노후 상수도관으로 인해 수돗물 절반 가량이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정수장 전경. 사진=제주도상하수도본부
[일요신문] 제주지역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달하지만 노후 상수도관으로 인해 수돗물 절반가량이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에서 공급한 수돗물이 가정이나 사무실, 숙박업계 등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누수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7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가 누수 차단을 위한 관리 시스템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조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월 16일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제주지역에서 공급한 수돗물은 1억 7539㎥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598만 톤(43.3%)이 누수됐다. 이는 전국 평균(10.8%)을 훨씬 웃도는 것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1일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321리터로 전국 평균 295리터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이 같은 수치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서 충북(399리터)과 강원(332리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또 제주지역 수돗물 생산원가(1028.8원/1㎥)로 환산한 손실액은 78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요금 현실화에 앞서 상수도 적자 가중을 초래하는 누수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급되는 수돗물 절반가량이 누수되면서 제주지역 취수장 가동률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 취수장은 총 29개이며 취수장 가동률은 105.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7개의 정수장 가동률도 128.1%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제주도 지질 특성상 누수를 쉽게 관찰하기 어려워 상수도관 수리가 늦어지기도 하고 상수도 공정이 복잡한 지하수를 끌어다 쓰다 보니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전체 급수체계를 구역별로 대·중·소 블록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상수관망의 유압 및 수압에 대한 감시체계를 갖추는 배수블록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도 제주는 절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수블록 시스템은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누수 차단 및 유수율 향상 등을 도모키 위해 구축되는 것이다. 대블록의 경우 서울·부산·대구·인천·울산광역시 구축률이 100%, 강원도 94.3%, 경기도 88.7% 순으로 높게 나타 났으며 중블록의 경우도 대구·울산광역시 등이 100% 구축됐다.
이에 반해 제주지역에선 전체 300여 개 블록 구축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10% 정도 구축에 불과해 누수 예방·개선 관리 시스템 역시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상수도 사업 예산 투자가 급수망 확충에만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노후로 부식된 배관을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는 것은 맑은 물 공급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키고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유수율을 높이고 누수를 줄여 재정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예산을 적극 투입해 누수탐사, 노후수도관 교체 등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전국 최저 수준의 유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는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을 지난 2016년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으나 상수도 특별회계의 한정된 재정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블록구축 사업에 장기간(3년)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업시행 초기 유수율 상승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수율 제고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집중 투자계획을 마련해 지난해 450억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에도 43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매년 400억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상수도 유수율을 향상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는 특히 지금까지는 환경부의 노후상수관망 현대화사업 미반영으로 국비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속적인 중앙절충으로 올해부터 환경부 계획에 반영돼 안정적인 국비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수율 제고사업으로 추진 중인 상수관망블록구축 사업도 읍면지역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동지역은 물 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해 1월부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노후 상수관 교체도 블록구축 완료지역부터 사업추진 중에 있다.
이양문 상하수도본부장은 “안정적인 예산투자, 사업 완료지역의 체계적인 유수율 관리와 노후관 교체사업 등을 통해 올해 52%, 2021년 60% 등 상수도 유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목표연도인 오는 2025년까지 유수율 85%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