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와는 달리 김영삼 전 대통령(YS) 가신그룹인 상도동계 위세는 한층 꺾였다.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DR)이 2019년 8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사실상 존재감조차 사라질 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2019년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DR과 YS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문재인 캠프의 상도동계 영입은 ‘중도 확장 승부수’였다. 신동진정책도 △영원한 맞수인 DJ·YS의 화합 △호남과 부산·울산·경남(PK) 화해에 방점을 찍었다.
안철수 캠프도 이들의 영입 작전을 영남권 지지도 회복의 필살기로 삼았다. 한때 안철수 캠프로 기울던 상도동계는 대선 20여 일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공들인 영·호남 민주화 세력인 만남인 남부민주벨트의 퍼즐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남부민주벨트는 견고하지 않았다. 그 축을 떠받치던 지지대는 금세 흔들렸다. 결정타는 김현철 상임이사의 이탈이었다. 그는 1월 중순 문재인 정부와 ‘정책적 차이’를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이후 김현철 상임이사는 반문(반문재인) 전선에 섰다. 그는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직후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2월 들어선 12일까지 10여 건의 정부 비판 글을 올렸다.
발언 수위도 한층 세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요”라고 비판하더니,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겨냥해선 “탄핵은 이제 시간문제다”고 했다.
관전 포인트는 김 이사의 향후 행보다. 그는 민주당을 탈당한 뒤 “다른 정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보수 통합 과정에선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문제는 김 이사의 총선 입지다. 그의 현재 정치적 포지션은 ‘반문·반박(반박근혜)’이다. 스스로 총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군소 보수진영까지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면, 김 이사가 설 자리는 사실상 없다.
이 경우 상도동계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민주화 시절에는 YS를 축으로 ‘좌형우·우동영’, 서석재·박종웅 전 의원,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 김기수 전 비서실장 등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현재도 최다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상도동계는 정치권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들 다수는 ‘YS 정신’을 앞세우지 않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점이 DJ 정신을 외치며 호남에 러브콜을 보내는 동교동계와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