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드루킹’으로 활동하면서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동원 씨가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김동원 씨가 2019년 4월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1월 19일 네이버의 수사 의뢰로 댓글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약 2년 만이다.
김 씨와 함께 기소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서유기’ 박 아무개 씨와 ‘솔본아르타’ 양 아무개 씨, ‘둘리’ 우 아무개 씨도 1·2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도두형 변호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김 씨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건넨 것을 방조한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이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네이버 등 피해 기업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노회찬 전 의원이 작성한 유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김 씨가 망인에게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도 유지했다. 정의당이 2018년 7월 공개한 노 전 의원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에서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며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동원 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경공모 회원들과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9971만회에 걸쳐 반복 클릭해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드루킹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와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은 드루킹에게 6개월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측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사용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댓글에 공감·비공감 클릭을 하게 한 행위를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죄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선고가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및 하급심 범죄사실에는 김동원 등이 김경수 경남도지사과 공모해 댓글 관련 범행을 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김 지사와의 공모 여부는 상고이유로 주장되지 않았고 김 씨의 유·무죄 여부와도 무관해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 공모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7만 6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 8000여 개에의 공감·비공감 클릭 신호를 보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자신이 경남지사로 출마한 6·13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 씨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있다.
앞서 김 지사는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2019년 4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