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A의원이 지난해 12월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B회사(금속구조물업)와 나라장터에 등록돼 있는 C회사(상하수도 설비공사업)는 현재 그의 부인이 각각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 전문건설업체가 페이퍼컴퍼니 의심을 받고 있는 건 법인등기상에 표기된 사업장 주소 건물이 농산물보관용 창고이기 때문이다. 흔한 간판도 없고 사람이 상시 근무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허름한 창고에 불과했다.
불법증축을 통해 2개 동을 터서 한 공간처럼 쓰고 있는 이 창고(사진참조) 내부를 보면 사실상 텅 비어 있다시피 하며 한쪽 구석에 책상과 의자 2세트만 달랑 놓여 있다. 사무실로서의 기본적인 시설은 물론 화장실도 갖춰져 있지 않다. B회사는 지난 2012년 5월, C회사는 2009년 8월 이곳 곤지암읍 만선리 창고에 입주했다. 입주 당시 건물 용도가 사무실이 아닌 농산물보관용 창고라서 전문건설업이 입주하면 그 자체가 불법용도변경이 된다.
A도의원 측은 이 농가창고에서 법인회사 2개를 운영해왔다. 전문건설업 면허 이전 당시 광주시가 건축물대장이나 사무실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만 했더라도 지금의 페이퍼컴퍼니 의혹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건설업의 경우 해마다 운영실태 점검 대상이지만 A도의원 측은 단 한 번도 지도점검을 받지 않았다.
용케도 경기도의 단속도 빗겨갔다. 지난해 도는 관급공사에서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인 ‘페이퍼컴퍼니’를 퇴출시켰지만 A도의원 부인이 대표로 있는 B‧C회사는 단속을 피해갔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관급공사를 노리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페이퍼컴퍼니를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적폐로 규정하고 “건설 산업 불공정 거래질서를 조장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뿌리 뽑겠다”고 선포했다.
A도의원은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이들 회사의 입찰대리인으로 등록돼 있다. 최근까지 A도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던 B회사는 지난 2017년(계약금액 9,800만원)과 2014년(계약금액 6,800만원)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가 발주한 관급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도의원은 지난 14일 전화통화에서 “C회사는 폐업이나 다름없는 휴업상태이고, B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사업장은 만선리 창고에 있고 부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부인 소유의 창고를 임대받아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이는 “불법증축은 세입자가 한 일”이라며 잡아뗀 것과는 배치되는 해명이어서 거짓해명 논란으로 번질 공산도 크다. 실제 B회사가 해당 창고를 사무실로 쓰고 있다면 불법증축 된 공간까지 사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약 10년 동안 근무를?’ 광주 A도의원 부인의 농산물보관용 창고건물 전경이다. A도의원은 간판도 없는 이곳 창고건물에서 전문건설회사를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사진 좌측 부분은 석재회사에 임대준 부분, 사진 오른쪽은 서류상 법인회사 두 곳이 입주해 있다는 곳이다.
‘이게 사무실?’ 광주 A도의원 부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전문건설회사가 페이퍼컴퍼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A도의원이 전문건설회사 법인 사무실이라고 밝힌 사무실 내부의 모습이다. 사무실로 보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창고에 허름한 책상세트만 달랑 놓여 있다.
A도의원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광주시에 건설업 신고 시 사무실에 대한 내용을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농산물보관용 창고)대로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령 불법용도변경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고의성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사용자의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치거나 광주시에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대해선 “사업 부진으로 인해 유지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최소 인원과 유동적인 운영이 되었다 하더라도 페이퍼컴퍼니로 보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화장실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동식 화장실이 건물 밖 한쪽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B회사에는 자신도 기술 인력으로 등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농산물보관용 창고에서의 전문건설업 면허 발급은 불가능하고 했다. 또 농산물창고로 허가 난 건물에서 사무실 용도로 쓰고 있으면 엄연한 불법용도변경으로 원상복구 명령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A도의원은 “본 건축물(농산물 보관용 창고)을 최근에 근린생활시설이나 공장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변경수순을 밟고 있는 중에 취재가 되었다”며 “고의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불법전용을 일삼은 것처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시는 A도의원 부인 명의로 된 곤지암읍 만선리‧연곡리 일원 농산물보관용 창고 일원의 국유지 불법점유와 농지불법전용, 불법증축 의혹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과 국유지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법 논란에 휩싸인 A도의원은 세입자가 한 일로 떠넘긴 불법건물을 자신의 공직자 재산에 떡하니 포함시키고 임대료까지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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