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서울 최우수 조교사로 선정된 송문길 마방의 신예 기대주 ‘어마어마’와 ‘빅투더빅’은 모두 좋은 체격을 타고난 데다 뛰어난 스피드와 안정된 주행 자세까지 겸비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어마어마(3세·수·2전2/0/0·(주)나스카·송문길 부:Algorithms 모: LIGNITE 레이팅:65)
어마어마는 말 이름 그대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신예 특급 기대주다. 데뷔전부터 두 번 모두 10마신과 9마신의 대차로 2위 마를 따돌리며 압승을 거뒀다. 현재 외산 3세마 잠정 챔프(?)로 평가되는 ‘마크스토리’와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특히 마필 관리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는 송문길 조교사 소속이란 점에서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다.
어마어마는 지난해 12월 데뷔전에서 단승식 1.8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았다. 주행 심사 모습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기록이 1분 01초 0(4% 건조)으로 엄청나게 빨랐고, 신마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실전에서도 기대했던 경주력이 그대로 발휘됐다. 1번 게이트에서 출발, 빠른 스타트를 보이며 여유 있게 선두권에 나섰다. 스프링킹, 클린업벨라와 함께 나란히 선두권에서 전개하다가 4코너부터 맨 앞으로 치고 나간 후,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결승선 150m를 남기고는 우승을 확신한 듯 추진을 멈추고 제어할 정도였다.
기록도 어마어마했다. 무려 58초 9로 최고기록(58초 3)에 버금가는 빼어난 기록이 작성됐다. 특히 막판 걸음은 더욱 놀라웠다. 막판에 추진을 멈추고 잡고만 왔음에도 LF(막판 200m) 타임이 12초 4가 나왔다. 12초 4라는 것은 보통 막강한 추입마들이 전력질주를 했을 경우가 대부분인데, 선행으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막판에 추진을 멈춘 기록이다.
두 번째 경주에서도 압승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1300m로 거리를 대폭 늘려 출전했음에도 더욱 뛰어난 경주력을 발휘하며 2위 마를 10마신 차로 따돌리고 2연승을 했다. 여전히 좋은 출발과 함께 선두에 나섰고,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 ‘클린업벨라’가 강하게 밀고 나오며 선두경합을 펼쳤다. 출발 후 약 350m까지 두 마필이 선두경합을 펼치다가, 3코너에 접어들 무렵부터 어마어마가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직선주로에서는 더욱 격차를 벌리며 데뷔전에 이어 또다시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도 우승을 확신하고 막판 150m부터는 송재철 기수가 일어서서 제어하며 들어왔다.
이번 기록 역시 어마어마했다. 1분 18초 5(10% 다습)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론 이번 기록이 가장 빨랐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최고기록은 작년 2월 커버걸저스티스가 세운 1분 18초 0이지만, 당시에 주로가 ‘불량’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이 최고라고 본다.
지난해 6월 미국 2세마 경매에서 6만 달러의 비교적 고가에 낙찰된 어마어마는 혈통 기대치도 높다. 부마 알고리듬(Algorithms)은 씨수말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2016년 첫해에 75위(2세 마)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54위까지 오르며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4월생으로 아직 만 3세가 안 된 어린 나이임에도 뛰어난 스피드와 유연한 주행 자세를 지녔고, 직전 1300m 경주에서 더욱 뛰어난 기량으로 단순 선행마가 아니라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빅투더빅(3세·암·3전1/1/0·이미양·송문길 부:UNCAPTURED 모:VEGAS BABE 레이팅:50)
어마어마가 수말 기대주라면 빅투더빅은 암말 기대주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능력은 어마어마와는 상대가 안 되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주력을 갖췄고, 암말답지 않은 근성도 지녀 발전 가능성이 높다.
데뷔전에서는 단승식 69.8배가 말해주듯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결과도 8위에 그쳤다. 하지만 복기에서 딱 걸렸다. 다음 경주에서 복승식 축마로 강하게 추천했고 결과도 우승이었다. 무난한 출발을 보이며 2선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가 중반에 모래를 맞고 심하게 저항을 하며 외곽으로 빠지며 사행했다. 4코너를 꼴찌로 외곽을 선회한 후, 막판 결승선 통과할 때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날아왔다. 당시에 복기를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 딱 걸렸어’라는 말과 함께. 생에 처음 뛴 경주에서 모래를 맞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경주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예상대로(?) 우승했다. 단승식 14.7배로 인기 순위는 5위에 그쳤지만 결과는 우승이었다. 데뷔전에서 모래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을 파악한 김용근 기수가 선행 승부를 띄운 것이 주효했다. 모래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외곽을 선회하든지 선행을 나서든지 둘 중 하난데 김용근은 후자를 선택했다. 8번 게이트에서 출발, 빠른 스타트를 보이며 선행을 나서려는 순간, 안쪽에서 1번 슈룹과 5번 사려니위너가 강하게 밀고 나와 잠시 경합이 벌어졌다. 외곽이라 밀릴 만도 했지만, 김용근의 강한 집념으로 결국 선행싸움에서 이기며 약 300m 부근부터 단독선행에 나섰다. 직선주로에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근성을 발휘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무리한 선행작전을 펼쳤음에도 LF가 13초 2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 경주에서는 2위를 차지했는데, 경주내용은 여전히 좋았다. 직전 경주에서 우승했음에도 인기 순위가 4위로 밀려날 정도로 편성이 강했다. 클린업샤인, 샤려니위너, 춘산 등 쟁쟁한 마필들과 대결을 펼쳐 나름 선전한 결과였다. 이번에도 김용근 기수가 모래를 맞지 않기 위해 선행작전을 펼쳤다.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 먼로의 클린업샤인이 빠른 출발을 보이며 앞서 나갔다. 2위로 시작한 빅투더빅은 선행 승부에 올인한 듯 강하게 추진하며 약 300m부터 선두를 빼앗았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클린업샤인과 사려니위너의 역주가 시작됐다. 빅투더빅이 끝까지 끈기로 버텨내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클린업샤인에게 반 마신 차로 우승을 내줬지만, 막판 근성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웬만한 마필 같았으면 잡혔을 텐데 그만큼 강했기 때문에 버텼다고 본다.
부마 언캡처드(Uncaptured)는 캐나다산으로 현역 때 성적이 뛰어났다. 블랙타입에서만 6승, 2위 3회, 3위 3회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캐나다 연도 대표마와 챔피언 2세 수말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경주마였다. 씨수말로 전향한 첫해 2018년 리딩사이어(2세마) 79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50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모마 베이거스베이브(Vegas babe)는 경주 경험이 없고 빅투더빅이 첫 자마라 평가할 수 없지만, 외조부가 2016년 리딩사이어 9위에 오른 버나디니(Bernardini)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주를 놓고 봤을 때 모래에 대한 반응이 문제이지만 그동안 보여준 송문길 조교사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지난해에 7세 마인 ‘실버울프’로 대상경주 5관왕을 기록하며 최우수 조교사에 선정되었고, 그랑프리에서는 6세의 샴로커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마필관리 면에서는 최고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빅투더빅과 앞서 소개한 어마어마의 미래 역시 매우 밝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