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불법 투약’ 배우 A 씨로 지목됐던 하정우가 침묵 끝에 공식입장으로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정우는 지난 18일 오후 늦게 소속사인 워크하우스를 통해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같은날 재벌가·연예계 프로포폴 투약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가 하정우의 투약 정황을 포착했다는 실명 보도가 나기도 했다. 이니셜로만 나돌던 ‘프로포폴 연예인 A 씨’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기자들의 연락을 피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하정우가 결국 입을 연 셈이다.
워크하우스 측은 “하정우는 얼굴 부위 흉터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던 중 2019년 1월 레이저 흉터 치료로 유명하다는 모 병원 원장을 소개받았으며 그 원장으로부터 하정우의 피부 흉터 치료를 돕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전달 받았다”라며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 약 10회 가량 강도 높은 레이저 시술을 받았으며 치료를 받을 때 원장의 판단 하에 수면마취를 시행한 것이 전부”라고 일축했다. 하정우가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는 이 기간은 영화 ‘백두산’의 촬영 기간과 맞물린다.
실제로 하정우는 피부의 여드름 흉터 등 요철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여드름 흉터 제거를 위한 피부과 레이저 치료는 마취 크림이나 국소 마취 주사를 이용하지만 일부 강한 레이저 시술의 경우는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를 권유하기도 한다. 다만 하정우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이 수면마취가 시술을 위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원장이나 배우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술 목적의 프로포폴 투약이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차명 진료는 그 답변도 모호하다. 워크하우스 측은 “원장은 최초 방문시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했다. 이 과정에서 원장은 하정우에게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가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고 의사의 요청이라 별다른 의심없이 전달한 것”이라며 “그것이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하정우로서는 치료 사실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이 병원에서 시술을 받으며 자신의 본명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인 ‘김성훈’으로 등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차트만 본다면 일반 대중들이 하정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의 이름을 썼다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부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병원이 연예인에게 치료 협찬을 하게 되면 사진도 걸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누가 방문했다고 광고하는 등 홍보에 주력하게 된다”며 “차명 진료를 먼저 권했다는 건 배우는 물론 병원도 외부에 들켜서는 안 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그걸 배우가 몰랐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하정우는 이 병원 말고 이전에 다른 피부과에서도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아왔는데 접수에서부터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이 눈치챘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하정우는 이 병원 외에 청담동의 한 유명 클리닉을 다녀 피부 진료를 꾸준히 받아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워크하우스 측은 “다행스럽게 병원 방문 일시를 예약하는 과정, 그리고 치료 후 경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원장과 주고받은 수개월 간의 문자 내역과 원장의 요청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이 확인되는 문자 내역이 남아있다”며 “그 내역을 보면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출입한 사실, 그 일시 등이 명백히 확인된다”며 차명 진료 수사 과정에서 성실히 해명하겠단 입장을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