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 12기 지지옥션배에선 최정이 등판하지 않았다. 앞에 나선 여자기사들이 연승하며 주장 최정이 나설 틈이 없었다. 오랜만에 출전한 최정은 첫판에서 김명완을 꺾고 “그동안 우리 팀 선수들에게 얹혀 갔는데, 이번에는 그 신세를 갚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본선 20국에서 최명훈에게 졌다. 만약 최정이 이 대국을 이겼다면 공식전 500승 달성(한국기원 추산)이었다. 한국기원에서 축하 보드를 마련했고, 후원사에서 강명주 회장도 최정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고 직접 대회장을 찾았다.
제13기 지지옥션배 본선20국. 최명훈(왼쪽)이 최정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둬 신사팀 우승을 마무리했다. 사진=박주성 제공
종반 들어 인공지능이 99% 패배를 알릴 때도 최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부와 관계없는 마지막 패까지 온 힘을 다해 버텼다. 결국 진이 빠진 듯 힘없이 사석 하나를 집어 바둑판에 올려놓으면서 항복을 선언했다. 최명훈의 끝내기 활약으로 신사팀은 3년 만에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그 뒤에도 이창호, 유창혁, 안조영을 남겼던 넉넉한 우승이었다.
절벽에 섰던 최정. 주장이란 책임감이 절실하게 느껴진 한 판이었다. 최정의 분투를 바라보며 강명주 회장은 “뜻대로 안 된다. 지더라도 이창호 9단과 대결까지 갔으면 했다. 바둑이나 사업이나 정치나 쉬운 게 없다”며 안타까운 감정을 표시했다. “항상 숙녀팀을 응원한다. 숙녀팀 선수가 지면 친구들이 내게 전화해 호통을 친다(웃음). 다음 14기 대회에서 숙녀팀이 다시 힘을 내길 바란다. 올해 6월에 개막할 예정이다. 이번 13기는 대회를 좀 늦게 시작했고, 여자기성전 등 새로 열리는 대회에 저녁시간을 양보했다. 다음 지지옥션배는 예전 일정으로 원상복귀된다. 시간대도 다시 저녁 생중계로 돌아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신사팀은 선봉 김기헌이 2연승으로 포문을 열었다. 강다정(숙녀) 2연승, 송혜령(숙녀) 2연승에 백대현도 2연승을 추가하며 뒤를 쫓는 흐름이었다. 이영주(숙녀)도 2연승해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한종진이 5연승을 거둬 승부의 균형을 깼고, 최명훈이 마무리를 책임졌다. 강훈, 김명완도 1승씩을 거두며 한몫을 했다. 국후 인터뷰에서 최명훈은 “한종진의 5연승과 오유진을 꺾은 김명완의 1승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한종진이 김혜민 선수와 대결에서 거의 끝난 바둑을 역전하면서 신사팀에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는 감상을 말했다.
지금까지 지지옥션배는 신사팀은 6회 우승, 숙녀팀은 7회 우승을 차지했다(신사팀이 2·3·5·7·10·13기에 우승컵을 가져갔다. 숙녀팀은 1·4·6·8·9·11·12기 정상에 올랐다). 제13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주)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했다. 생각시간은 각자 30분에 40초 초읽기 5회.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이다. 연승상금은 3연승부터 200만 원, 이후 1승당 100만 원이 추가된다.
박주성 객원기자
13기 지지옥션배 출전선수 명단 신사팀: 이창호 유창혁 안조영 최명훈 김동엽 김기헌 강훈 백성호 백대현 서봉수 한종진 김명완 숙녀팀: 강다정 김민정 김미리 송혜령 허서현 이영주 오정아 김혜민 박지은 최정 오유진 김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