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공포증. 다소 낯선 단어가 일본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타인과 밥을 먹으려고 하면 참을 수 없는 불안감에 땀이 나거나 메스꺼움, 현기증,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같은 증상을 보인다. 사회불안장애 중 하나로 분류되며, 어릴 적부터 오래 고민해온 사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손떨림, 구토, 현기증 등 회식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회식공포증지원협회’도 설립됐다.
2017년 일본에서는 ‘회식공포증지원협회’가 설립됐다. 특히 “채용 및 입학 환영회처럼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식사할 기회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회식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과 낯선 곳에서 식사할 경우 조금은 긴장되기 마련. 이런 어색함과 회식공포증은 무엇이 다를까.
동협회 설립자인 야마구치 겐타 씨는 “단순히 어색한 정도를 넘어 손떨림, 구토, 현기증, 발한, 안면 창백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면서 “이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됐을 시 회식공포증이라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불안장애인 만큼 대인관계, 연애, 직장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며,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우려도 있다.
한때 야마구치 씨도 “회식공포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발병 계기는 고교시절 야구부 합숙이었다. 몸을 만들기 위해 대량의 급식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비교적 ‘소식가’였던 야마구치는 다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됐다. 그러자 고문 교사가 “왜 음식을 남기냐”며 부원들 앞에서 호통을 쳤고, 부담을 느낀 야마구치는 이후 식당에 들어서기만 해도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즐겁게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비칠 것 같아 식사 약속도 회피하게 됐다. 그렇게 불안감에 휩싸여 어느덧 20대 중반을 맞이했다. 장시간의 노력으로 공포증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관련 정보가 너무 적다는 데 놀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야마구치는 2017년 ‘일본 회식공포증지원협회’를 발족했다. 현재는 불안장애 극복을 돕는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협회에 따르면, 연간 1000여 건의 회식공포증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연령층은 20대가 가장 많고, 그 뒤로 30대, 10대 순이다. 상담자들에게 공포증이 생긴 이유를 묻자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의견과 “어린 시절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완식을 강요받아 트라우마가 됐다”는 답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주로 회식공포증은 사춘기 때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나이에 관계없이 갑자기 발병하기도 한다. 30대 여성 A 씨가 그런 사례다. A 씨는 2016년 어느 날, 친구들과 식사도중 갑자기 목이 막히는 듯한 위화감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아서 입에 넣은 음식을 도저히 삼킬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또 구역질이 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생겼고, 점차 공공장소에서의 식사를 기피하게 됐다. 피하면 피할수록 무서워져 결국 “3년 동안 외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하다 보니, 주위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A 씨는 “나는 너무 괴로운데 ‘까탈스럽다’ ‘유난 떤다’는 식으로 여겨졌다”며 “그 점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회식공포증은 본인 역시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사람들 앞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과 불안을 경험하기 때문에 “강한 증상이 나오지 않으면, 회식공포증인지 아닌지 자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본인조차도 회식공포증을 단순히 ‘사교성 부족’으로 짐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마구치 씨는 “심리적 질환인 만큼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전했다. 먼저 ‘음식을 남겨도 괜찮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좀 해도 괜찮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속삭여보자. 긍정적인 마인드로 긴장을 풀면, 자연스럽게 식사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포인트는 초조해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회식에 전혀 참가할 수 없다’에서 ‘불안해도 참가할 수 있다’로, 점차 성공적인 체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을 선택할 때는 사람이 많은 가게나 전혀 모르는 곳은 긴장하기 쉬우므로, 익숙한 가게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끝으로 야마구치 씨는 가벼운 운동도 추천했다. 운동이 심신의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불안장애에는 더욱 그렇다. 흔히 불안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심박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흐트러진다’는 이유로 운동을 멀리하기 쉽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하루에 30~40분씩 하는 적당한 신체활동은 심리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나비가 너무 무서워” 이색 공포증 가진 유명인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포증이 존재한다. 고소공포증이나 대인공포증처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것이 있는가 하면, 머리카락공포증, 숫자공포증같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것들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무비워커’는 이색 공포증을 가진 유명인들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니콜 키드먼은 곤충 중에서 날개 큰 나비를 가장 두려워한다. 사진=연합뉴스 호주 출신 여배우 니콜 키드먼은 나비공포증이 있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모두 무서워하지만, 그중에서도 날개가 큰 나비를 가장 두려워한단다. “니콜은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자연박물관의 나비 전시까지 보러갔는데 결국 낫지 않았다”고 한다. 할리우드 여배우 크리스티나 리치는 실내에 놓여있는 관엽식물 쪽으로 다가갈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화분의 흙이 불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만약 벌레가 들끓으면 어쩌지?’라는 상상을 해버리고 만다. 크리스티나는 식물을 만져야 한다고 하면 오들오들 떨면서 “정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라고 외친다. 영국 가수 리암 페인은 수저 공포증을 고백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의하면, 학교에서 나쁜 짓을 한 벌로 설거지를 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요컨대 “다른 아이들이 사용한 더러운 숟가락을 강제로 씻게 되면서 타인의 숟가락에 생리적 혐오감을 느끼게 됐다”는 얘기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펴낸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공공장소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프루스트의 경우 특히 소리에 민감해 글을 쓸 때도 코르크를 바른 방에 틀어박혀 썼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