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원혜영)는 2월 15일 강서갑을 상대로 ‘추가 공모’를 결정했다. 당초 이곳에 출사표를 던졌던 정봉주 전 의원이 부적격 판정을 받고 뜻을 접은 뒤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이 공관위원들에게 금 의원 공천을 강하게 반대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강서갑엔 다른 예비후보가 있긴 했지만 현역인 금태섭 의원을 누르기엔 힘들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친문계의 지원사격을 받던 정 전 의원 출마가 무산되면서 금 의원 무혈입성이 점쳐졌던 이유다. 하지만 공관위가 추가 공모를 받기로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관위 측은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금 의원과 비슷한 지지도를 보인 정봉주 전 의원이 빠졌기 때문에 금 의원 의 본선 경쟁력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조국 정국 때 당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냈다. 금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 때 “과연 법무부 장관에 적임자인지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한다”며 비판적인 질문을 했다. 또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설치법 의결 처리 때는 기권표를 던졌다.
이로 인해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의원실로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금 의원은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공관위가 강서갑 추가 공모를 결정한 배경에 금 의원을 비토하는 친문 진영 기류가 반영됐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친문 의원은 “공천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금 의원을 벼르는 이들이 많았다. 또 지지자들로부터 반드시 금 의원을 컷오프 시켜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한 친문계 중진의원도 이렇게 보탠다.
“당 지도부와 몇몇 친문 인사들이 금태섭 의원한테 여러 채널로 불출마 요구 사인을 보냈다고 한다. 컷오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초 정봉주 전 의원 출마도 그들이 계획했던 일이다. 하지만 금 의원 측이 완강했다. 추가 공모 발표 역시 금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금 의원을 몰아내기로 작정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추가 공모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항의 전화가 엄청나게 온다. 오히려 민주당이 왜 금태섭 의원을 감싸느냐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금 의원을 후보로 내 총선 승리가 가능할까 고민을 했다. 이에 당내 경선을 붙여보는 것이다. 금 의원을 몰아내려 했다면 총선기획단에 포함시켰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금 의원을 총선기획단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남국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하면서 강서갑은 ‘조국 대 반조국’의 싸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친문계의 ‘금태섭 쳐내기’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말도 뒤를 이었다. 이른바 금 의원에 대한 ‘자객공천’ 논란이다. 김 변호사는 조국 사태 당시 검찰과 언론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추진된 ‘조국백서추진위원회’ 필자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2월 18일 금 의원은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 없다”며 “반드시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고 선거에서 당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변호사는 SNS를 통해 “왜 허구적인 ‘조국 수호’ 프레임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느냐”며 “혈혈단신 아무것도 없는 청년의 자유로운 도전을 받아 달라”고 대응했다.
7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는 김남국 변호사. 사진=박은숙 기자
실제 당 지도부도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남국 변호사는 2월 18일 오전 서울 강서갑 예비후보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당으로부터 기자회견을 연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라며 “(불출마 관련) 어떤 설명이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며 강서갑 출마 신청을 강행했다.
박주민 의원은 2월 2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변호사가 경선하겠다 밝힌 뒤로는 지도부 차원에서의 회의나 논의를 할 시간이 없었다”며 “지도부와 사전에 협의했다거나 지도부의 의사에 의한 행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논란이 금 의원에겐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나온다. 앞서 친문계 중진의원은 “금 의원 몰아내기의 일환으로 시작된 강서갑 추가 공모가 강서갑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금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 자체가 민주당에겐 총선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태섭 의원은 조국 프레임을 꺼내들지 말고, 처음부터 경쟁을 받아들였어야 한다. 김남국 변호사 역시 조국 프레임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를 극복해서 당당하게 당원들에게 평가 받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경선 경쟁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민주당에 엄청난 후유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동 평론가는 이어 “상황이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해당 행위를 한 부적격 후보로 판정, 강서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해 새 판을 짤 수도 있다”며 “김남국 변호사가 강서갑 지역구 선택을 혼자 결정했겠느냐. 결국 김 변호사를 강서갑으로 부추긴 이들은 김 변호사를 통해 금태섭 의원을 내치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