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올해 힘겨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산 부품 재고 소진에 따라 임시 휴업에 들어간 지난 2월 4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2009년 이래 최대 적자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액 3조 6239억 원, 영업손실 281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2009년 2934억 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 2016년 2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쌍용차는 2017년과 2018년 65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내수 판매 선전에도 불구하고 수출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와 경쟁심화에 따른 판매비용 및 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의 증가로 인해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실적도 신통치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 1월 내수 시장에서 총 5557대를 파는 데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8%나 판매량이 줄었다. 설 연휴가 1월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경쟁사 대비 판매량 감소세가 가파르다.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G4 렉스턴을 비롯해 소형 SUV인 티볼리, 다목적 SUV 렉스턴 스포츠 등 주력 모델의 판매량이 40% 이상 줄어들었다.
#신차 없는 쌍용차, 버틸 수 있을까
올해 신차가 없다는 점은 쌍용차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티볼리와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등 연이어 선보인 신차를 앞세워 쌍용차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내수 시장에서 1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2016년 흑자 경영은 신차인 티볼리의 선전이 밑바탕이 됐다.
쌍용차는 올해 신차로 코란도 투리스모 후속 모델과 쌍용차 최초의 전기차를 상반기에 선보이고 하반기에는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이 중 전기차 모델과 코란도 투리스모 후속 모델은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됐고 G4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 역시 연내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예정된 신차 출시가 미뤄지면 내년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됐던 중형 SUV 신차 등의 출시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쌍용차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원 혜택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초에 출시될 것”이라면서 “올해 완전 변경 신차는 없지만 상품성 개선 모델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는 앞다퉈 신차를 선보이며 쌍용차를 압박하고 있다. 내수 10만 대 판매는 쌍용차 생존의 마지노선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쌍용차와 함께 부진의 터널을 헤매던 한국GM은 최근 트레블 블레이저를 출시했고 르노삼성 역시 XM3를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쌍용차의 주력 모델로 꼽히는 티볼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잇따른 신차 투입으로 입지가 줄어든 데다 XM3의 등판으로 한층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쌍용차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2월 5000원 안팎을 오가던 쌍용차의 주가는 2월 20일 기준 2000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의문부호 찍히는 마힌드라 역할론
악화된 재무 상황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쌍용차 입장에서 마힌드라의 지원은 절실하다.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해서 2022년까지 5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심은 50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로 모아진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월 방한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장,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27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300억 원은 마힌드라가 직접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힌드라는 5000억 원 중 3000억 원은 운영 정상화, 2000억 원은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 측은 마힌드라가 마련한 정상화 방안을 확인한 뒤,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인도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쌍용차에 대한 마힌드라의 5000억 원 투자 계획이 보도됐지만, 여기에도 구체적인 자금 마련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마힌드라가 직접 투자키로 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쌍용차 자산 매각과 금융권 대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기준 20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 연구개발비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연구개발비 증가에 따른 실익을 쌍용차가 누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부담은 쌍용차가, 혜택은 마힌드라가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 유출 논란 등을 겪으며 쌍용차를 떠나버린 상하이자동차의 악몽이 겹치는 대목이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