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20 부동산 대책의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2·20 대책 내용 2가지
기존 조정대상지역의 규제를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를 60%에서 50% 이하로 낮추고, 9억 원 초과 주택은 30%로 제한한다. 1주택 세대의 실수요 요건을 구주택 2년내 처분에서, 신규주택 2년내 전입으로 강화했다.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되던 3억 원 이상 주택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조정대상지역까지 확대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현행대로 50%로 유지됐다.
다음은 신규 조정대상지역 선정이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수원 권선, 영통, 팔달과 안양 만안, 그리고 의왕시다. 정부의 규제지역 확장은 14개월여 만이다.
#다음은 안시성 김부검
서울에서 시작해 수도권으로 넓어진 규제 지역은 정부의 집값 하락 압력이 규제 지역 밖 가격상승 압력으로 전환됐음을 말해준다. ‘풍선효과’다. 벌써부터 규제가 덜하면서 서울에 가까운 다음 지역이 어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은 나와 있다. 비규제 지역이면서 신규 분양이나 입주가 예정된 곳으로 교통 호재까지 누릴 곳이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수원과 안양 옆 안산, 시흥, 화성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안시성’이다. 김포, 부천, 검단은 분양과 입주가 활발하고 서울지하철 5호선 및 인천 지하철 2호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D 노선이 검토되는 곳이다. 이른바 ‘김부검’이다.
이미 오동평(오산·동탄·평택)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오산 화성 평택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2·16 대책 전인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4배 가까이 늘었다. 벌써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남양주·산본·광명을 묶은 ‘남산광’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군포, 양주, 인천 등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경부선 따라 지방까지
대전지역은 아파트 값이 1년새 4억 원이 오른 곳이 있을 정도로 뜨겁다. 대전은 서울에서 시작된 경부 하행선 집값 압력과 함께 아래에 위치한 세종시 집값 열기까지 미치는 곳이다. 2·20 대책을 발표한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도 “일부 광역시 중에서 특히 대전의 경우 서구와 유성구, 중구 등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방 광역시 중에서 집값이 과열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상황을 보고 있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돌고 돌면 다시 서울로
서울은 12·16 대책 이후 2월 초까지 7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2월 들어선 상승률에 멈춰 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는 하락세가 나타났지만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은 오르는 흐름이다. 최근에는 관악구의 한 아파트 분양권은 12·16 대책 이후 2억 원이 뛰면서 금천, 관악, 구로 등 서남부 3구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봉, 강북, 금천, 관악, 구로 등은 서울에서도 투기지구가 아닌 투기과열지구에만 묶여 있다.
강남의 경우 개포주공7단지와 송파구 잠실장미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급매물이 거래된 탓에 하락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신고가를 보이며 오름세를 보이는 곳들도 적지 않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 순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지역 간 집값 격차가 좁혀졌고, 다시 서울 집값이 오르며 격차를 확대하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건축 규제완화와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로 공급은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마저 제한되면서 주택의 가격 탄력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모습이다. 아직 서울에서 집값 상승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은 서울의 금천·은평·관악 및 대전 등의 지역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상된다.
#20번째 대책 나올까
2·20 대책이 집값 상승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다수다. 이 때문에 결국 20번째 대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처를 못 찾는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고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찾게 되면 또 다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고 4월 총선을 치른 후 다시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