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검사장 회의’를 놓고 평검사들이 법무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여론이 좋지 않자 연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아울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소년원을 찾아가 ‘세배’를 받는 유튜브 영상 등으로 비난을 받은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도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만 있겠습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겠죠.”
2월 21일로 예정됐던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연기됐다. 취임식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법무부 갑작스레 ‘연기’ 결정
전국 검사장 회의를 이틀 앞둔 2월 19일 오후, 법무부는 “일선 검사장들이 관할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게 시급하다고 봐 회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주된 판단 배경은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 악화였다. 법무부는 “지역사회 감염 우려 등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법무부는 검사장 회의가 연기된 것이지,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전국 검사장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 분위기는 악화되는 추세였다. 추미애 장관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뒤, 이를 논의하기 위한 검사장 회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 ‘방법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틀 연속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사법연수원 44기) 등 현직 평검사가 비판 글을 남겼다. 이들은 “검찰 내부에 주요 사안인 만큼 회의를 중계하거나 전국 검사장 회의록 등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그런 전례가 없다. 주요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맥락으로 반박 댓글을 달았다가 일선 검사들이 재반박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법무부와 일선 검사들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과장은 현재 자신의 댓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검사장 회의’로 검찰 내 여론을 만들려던 포석을 거둬들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현직 검사는 “전국 검사장 회의를 왜 하겠나. 결국 인사가 중요한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수사와 기소 분리가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각 지방 검찰청 단위에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져 결국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며 “평검사들이 먼저 들고 일어서서 ‘공개하라’고 하자 법무부가 당황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에 근무 중인 간부급 검사 역시 “코로나19는 핑계고, 지금 검사장 회의를 열어도 분위기를 주도하기 어렵다는 것까지 고려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 중이다. 이미 부산고검과 부산지검을 찾았던 윤석열 총장은 2월 20일 예정대로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해 문찬석 지검장과 박성진 광주고검장, 더불어 광주고검 관할에 있는 박찬호 제주지검장, 노정연 전주지검장 등을 만났다.
법무부가 1월 31일 법무부TV 채널을 통해 ‘엄마 장관, 아빠 차관 서울소년원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사진=법무부TV 방송 화면 캡처
#추미애 장관 세배 받고 비난 받아
추미애 장관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의 유튜브 홍보용 영상도 발목을 잡았다. 법무부는 설 연휴 소년원을 방문해 소년범들로부터 큰절을 받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홍보용으로 공개했다. 법무부가 1월 31일 법무부TV 채널을 통해 ‘엄마 장관, 아빠 차관 서울소년원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린 것이다.
영상에서 추 장관은 “학생들이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들을 할 거 같아요. 제가 어머니 역할을 하고, 우리 차관님께서 아버지 역할을 해 고향에 있는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새해를 시작해라 이런 마음으로 왔다”고 말하며 세배를 받았다. 소년범들은 세배 후 추 장관으로부터 햄버거 교환 쿠폰을 받았는데, 영상 막판 ‘장관이기 전 저도 엄마입니다. 야단칠 건 야단치고 가르칠 건 가르쳐서 엄마 품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라는 자막도 나왔다. 그렇지만 “미성년 재소자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홍보용으로만 활용했다”는 비판이 더 지배적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상석에서 절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심지어 미성년 소년범에게 햄버거를 주고 홍보에 동원한 것은 더더욱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물론, 언론에서조차 해당 홍보 영상을 질타한 것은 2월 18일과 19일 즈음. 19일 오후 법무부가 ‘전국 검사장 회의’를 잠정 연기하는 결정에는 해당 영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환한 객원기자
감찰 강화로 검찰 장악력 확대하나 최근 법무부는 고위직 검사들을 대상으로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법무부는 2월 20일 감찰3과와 국제협력담당관 신설에 따른 인력 확보를 위해 대검찰청 내 직위별 검사 정원을 이체·조정하는 내용의 검사정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안의 가장 큰 특징은 감찰1과와 2과로 이뤄졌던 기존 조직 안에, 감찰3과를 신설한다는 것. 감찰3과는 2016년 10월 만들어진 특별감찰단을 모태로 한다. 특별감찰단은 ‘스폰서 의혹’으로 해임된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 등 검찰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2016년 10월 검찰이 만든 임시조직이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식 조직으로 남게 됐다. 감찰1과는 일반 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비위 감찰을 맡고, 감찰2과는 지방 검찰청 등의 정기 사무감사를 수행하는 역할을, 감찰3과는 고위직 검사의 감찰을 전담케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원래 조국 전 장관 취임 때부터 고위직 검사들에 대한 감찰 강화로 징계권이 있는 법무부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결국 그렇게 되어가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몇몇 검사들의 문제로부터 비롯됐으니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허나 이게 향후 사건과 연결되면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의 권한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