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2월 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2월 5일 공식 출범한 미래한국당은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이 만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다. 기존 정당에서 파생한 비례 정당이 출범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군소 정당일수록 의석 확보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교안 대표는 창당대회에 참석해 “미래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충실한 범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전위부대”라고 강조했다.
미래한국당 목적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통합당은 지역구 후보만 내고,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낸다. 유권자로 하여금 지역구 투표는 통합당에, 정당 투표는 미래한국당으로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위성정당 전략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태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시작된 후 구상됐고, 패스트트랙이 통과되자 곧바로 실행됐다.
미래한국당 대표는 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한선교 의원(4선)이 추대됐다. 합류한 의원은 한국당 출신 김성찬 조훈현 이종명 이진복 의원, 새로운보수당 출신 정운천 의원으로 한선교 대표를 합쳐 총 6명이다. 여기에 2월 20일 경제경영 전문가이자 저술가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진용을 갖췄다.
정치권에선 합류한 의원들의 면면으로 볼 때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선교 김성찬 조훈현 이진복 의원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이다. 이종명 의원의 경우 지난해 2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의결하지 않은 상태로 1년여가 흘렀고, 때마침 미래한국당이 출범하자 의결을 통해 이적을 시켰다.
이를 두고 사실상 ‘정계은퇴’를 해야 할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에 모여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한국당에 입당 제의를 받았다가 거절했다는 한 의원은 “젊은 정당, 새로운 정당을 표방해 얼마든지 한국당의 꼰대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영입리스트를 보니 이미 물 건너갔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2월 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미래한국당이 결국 ‘친박신당‘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선교 대표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친박 인사로 당이 채워진다면 중도 표심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향후 통합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 된 친박계, 영남권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에 합류하면 황 대표 체제의 통합당과 ‘불협화음’을 빚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이 총선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내면 애초 총선 후 통합당과 ‘합당’ 하려던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력 확장을 통해 통합당에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친박신당을 표방해 세몰이를 하기에는 차기 권력으로 꼽힐 ‘구심점’이 모호하다는 한계는 자리한다.
미래한국당은 총선 전까지 최소 20~30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야만 정당투표 용지의 위 칸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당투표 기호 2번을 차지해 지역구 투표용지의 기호 2번을 차지하는 통합당과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모체’인 통합당에서 의원 ‘꿔주기’ 형식을 기대는 모습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1차 섭외 대상이다. 여상규 최연혜 의원 등이 일단 유력하게 거론된다. 몸집 불리기가 쉽지 않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통합당 비례대표 의원들을 한꺼번에 제명한 뒤 미래한국당으로 입당시키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선교 대표는 “해당 행위나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행위를 했을 때 윤리위원회, 의총을 통해 출당하는 것”이라며 “어떤 목적을 갖고 출당을 시키면 기부 행위에 해당해 법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후보등록 마감일이자 선거보조금 산정 기준일인 3월 27일까지 교섭단체(의원 20명) 요건을 충족하면 약 60억 원의 선거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앞서 정운천 의원은 1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인 2월 14일 급하게 미래한국당에 합류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한국당은 4석이었는데, 이 경우 받는 경상보조금은 2000만여 원이다. 하지만 5석을 채우면서 5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았다. 정 의원 이적을 두고 ‘5억 원짜리 트레이드’라며 말이 나돌기도 했다.
미래한국당 의석수가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비례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선교 대표는 “별개로 독립적인 공천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통합당과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공천 작업에서 손을 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 대표 한 측근은 “한 대표는 사무총장 시절부터 조율을 잘하기로 유명했다”며 “황 대표와 충분히 교감하며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교감은 철저한 계산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통합당, 미래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정당 대표 등 특정인의 비례대표 ‘전략 공천’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하고 이를 선관위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황 대표가 공천에 개입한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셈이다.
황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공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만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미래한국당 한 관계자는 “절차의 구체적인 사항은 각 당의 당헌, 당규로 정하게 돼 있다”며 “충분히 위반 소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 본 미래한국당의 ‘성적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에서 비례대표 의석은 총 47석으로 연동형 30석, 병립형 17석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통합당의 지지율 30%로 가정해 이것이 미래한국당 정당 득표율로 이어질 경우 약 26석가량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당 내부 계산이다. 미래한국당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최저로 잡아도 15석, 최대치로 잡으면 28석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의 지지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꼼수’ 정당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무시할 수 없다. 묘수로 생각했던 대안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는 단상 위에 뛰어오른 한 인사가 “불법 정당”이라고 외치다가 끌려 나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미래한국당 전략을 두고 맹비난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측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통합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석을 이대로 빼앗길 수 없는 여권이 대응 방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며 “여당이 부랴부랴 맞대응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간 오히려 여권을 향해 역풍이 세게 불 것”이라고 관측했다.
권준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