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통합 정당인 1야당 미래통합당은 상징색으로 ‘해피 핑크’를 채택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해 만들고 있는 국민의당은 오렌지색을 골랐다. 이 과정에서 주황색을 사용하던 민중당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손을 맞잡은 이언주·정병국 의원,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장기표 위원장(왼쪽부터). 미래통합당 상징색인 ‘해피 핑크’가 눈길을 끈다. 사진=이종현 기자
2월 17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 보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합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눈에 띈 것은 당의 상징색이었다. 분홍색 계열 해피 핑크였다. 미래통합당 측은 “자유를 원하는 국민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미래통합당의 DNA가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에 떨어져 국민들의 가슴속에 번져가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당 역사에서 주요 정당이 분홍색 계열을 당 상징색으로 내세운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진보정의당이 2012년 10월 창당하면서 분홍색을 당 색깔로 사용한 바 있지만 2013년 7월 당명을 정의당으로 변경하면서 당 색깔을 현재의 노란색으로 바꿔 9개월 만에 사라졌다.
미래통합당의 해피 핑크에 대해 한 컬러리스트는 “핑크는 흰색과 빨간색의 혼합으로 포근함, 행복감, 부드러움 등 중성적 성격이 있다. 그 와중에 해피 핑크는 빨간색이 더 강조돼 역동성도 띤다”면서도 “단점은 다수가 좋아하는 색은 아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21일 핑크색 점퍼를 입고 낙원동 일대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색깔을 둘러싼 이슈는 또 있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국민의당이 ‘당색 가로채기’ 논란에 휩싸인 것. 국민의당이 창당하며 고른 당 색깔이 민중당이 기존에 사용해오던 주황색과 겹치면서 문제가 됐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2월 12일 “주황색은 원내정당인 민중당이 3년째 사용 중인 색임에도, 국민당이 단 한마디 상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당색을) 결정하고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위원장 측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라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이 추진한 신당이 당색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국민의당 창당 때도 기존 녹색당이 사용하던 녹색을 상징색으로 정해 구설에 올랐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도 2012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당색 가로채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까지 사용했던 파란색 계열의 당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선보였다.
하지만 빨간색은 2008년부터 진보신당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진보신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붉은색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이념’을 상징해온바 새누리당 이념과는 관계없는 색깔”이라며 “진보신당이 4년째 쓰고 있는 빨간색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타 정당에 대해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은 행위”리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당법은 정당 명칭의 경우 이미 등록된 정당과 유사하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당색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이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파란색 점퍼를 입고 참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치권에서는 정당 색깔도 정치의 연장이라고 본다. 색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과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통상 정당들은 국민들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원색 위주의 뚜렷한 색을 선호해왔다.
자유한국당 전신격인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은 파란색 계열을 사용해왔다. 민주당계인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통합민주당 등은 주로 초록색 계열을 당색으로 정했다. 친노 세력이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노란색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2년을 분기점으로 변화가 생겼다. 앞서 언급했듯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당색을 빨간색으로 바꿨다. 민주통합당은 2013년 5월 민주당으로의 당명 변경과 함께 기존 초록색 대신 한나라당이 사용하던 파란색을 가져왔다. 이 색은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쳐 더불어민주당까지 사용되고 있다. 대신 초록색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안철수 위원장이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채택했다. 노란색의 경우 현재 정의당이 당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진보계열 정당에 몸담았던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엔 다당제 하에서 군소정당이 많아지면서 기존 정당의 색을 피해 당색을 고르기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바른미래당 민트색이나 미래통합당 핑크색도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철수 위원장의 국민의당과 민중당 논쟁과 관련해서는 일종의 ‘상도덕’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기존 정당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역대 대선’ 파란색에 승리의 기운이~ 색과 선거 결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1992년 13대 이후 치러진 6번의 대선에서 파란색 계열 정당이 3번으로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민주자유당 김영삼 전 대통령, 한나라당 이명박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어 녹색 계열 정당이 두 번 당선시켰다.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빨간색 정당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명이었다. 국회의원 선거는 1992년 제14대 총선부터 7번 열렸다. 1992년 민주자유당부터 신한국당(1996년), 한나라당(2000년·2008년), 더불어민주당(2016년)까지 파란색을 당색으로 가진 정당이 5번이나 제1당을 차지했다. 2004년에는 노란색을 사용한 열린우리당이, 2012년에는 빨간색의 새누리당이 각각 한 번씩 승리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