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엘리엇이 쏘아올린 공
소프트뱅크는 공유 플랫폼 기업 위워크와 우버 투자 손실로 위기를 맞았다. 엘리엇은 이 기회를 활용해 소프트뱅크그룹 지분을 확보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소프트뱅크 지분 3%를 25억 달러(약 3조 원)에 매입했다. 엘리엇이 단일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엘리엇은 지난 1월 손정의 회장을 만나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매입, 비전펀드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다. 엘리엇과 소프트뱅크 간의 최대 싸움터는 비전펀드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일부 투자 지분을 청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억 달러에 달한다.
상황이 쿠팡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자금 조달을 위한 방법으로 상장이 거론되고 있다. 쿠팡은 비전펀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 등에 과감하게 투자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성장에만 몰두한 전략 때문에 영업손실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도 4조 4227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1조 970억 원을 기록했다. 누적 적자는 3조 원에 달한다. 비전펀드의 투자금을 받지 못한다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이 말라가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쿠팡이 자금 조달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며 “상장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와의 연대 가능할까
쿠팡이 네이버와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이자 야후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가 경영통합을 선언하면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2월 경영통합 본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지분을 정리하고 라인과 야후재팬을 공동으로 경영하게 된다. 경영통합은 오는 10월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회사 경영통합이 모회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공개석상에서 언급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열린 네이버 2019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통합으로 네이버, 소프트뱅크 등 4개사 간에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현재 경영통합에 대한 독점금지법 심사가 일본에서 진행 중인 관계로 구체적 계획은 그 이후 본격 논의될 예정“이라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향후 인공지능(AI), 검색, 커머스, 엔터, 광고, 테크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세계 최초 기술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소프트뱅크와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투자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손정의 회장과 이해진 의장이 연대하는 상황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손정의 회장의 공유 차량 플랫폼 투자만 살펴보더라도 경쟁사를 사들이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17일 발간된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5.5%, 12.65%로 각각 1,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네이버와 쿠팡뿐이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네이버와 물류 부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쿠팡이 손을 잡을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강체제로 굳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