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만난 황교안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2월 20일 일요신문과 만난 김병준 전 위원장 최측근은 “김 전 위원장이 고양시갑 출마를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한 이 인사는 “세종 쪽 출마도 저울질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에서 이미 기틀을 닦아놓은 인사와 김 전 위원장이 만나 합을 맞춰 이제 김 전 위원장이 일산으로 가는 걸 어느 정도 마음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의 이런 선택에 당 내부에선 파격적이란 반응과 함께 긍정론이 새어 나왔다. 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구에서 얼굴을 비추고 최근에는 세종 출마 이야기도 나오는 등 이곳저곳 기웃 거리는 김 전 위원장 모습에 최근까지 당 내부에서는 실망스런 목소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양시갑으로 출마를 마음먹은 거라면 진짜 험지로 가겠다는 소리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로 가는 데에 이어 박자를 맞추는 거물이 있으니 당 내부 전투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의 고양시갑 출마 결심은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만큼이나 상징성을 갖는다. 우선 이곳은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험지다. 더군다나 진보 진영 거물급 인사인 심상정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다. 김 전 위원장과 심 의원 간 매치가 황교안-이낙연이 붙는 종로 못지않게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당초 미래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의 세종 출마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물밑에서 정리됐다고 전해졌다. 며칠 전 김 전 위원장이 세종에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와 만나 조율에 합의를 봤다는 게 당내 후문이다. 세종시 인구 비율상 호남 인구가 많아 호남계 인사가 가는 게 낫다는 내부적인 판단에 무게가 실렸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 고양시갑 출마를 놓고 미래통합당은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에 아직 합류하지 않은 보수 진영 몇몇 정치인이 고양시갑 출마를 합류 조건으로 내세웠기 떄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미래통합당 합류를 조율하고 있는 인사가 고양시갑으로 출마해 심상정 의원과 붙겠다는 의지를 이미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인사가 심 의원과 원래부터 아는 사이고 각별했던 과거가 있어서 (모양새는) 김 전 위원장이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고양시갑 출마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고양 쪽 어떠냐고 김현아 의원 등이 찾아온 적 있었다. 당시 난 ‘연고가 없긴 하지만 고양 출마는 의미가 있다’고 정도 답했었다. 고양시 쪽과는 곧 만날 예정이다. 조만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