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유흥주점에서 3억 원 협박당한 남자 아나운서의 정체는 한상헌”이라며 피해 아나운서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한상헌 아나운서는 피해자임에도 방송에서 모두 자진하차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사진=KBS
피의자 A 씨는 유흥업소 접대여성으로 그는 2019년 손님으로 업소를 찾은 아나운서와 알게 된다. 연락처를 교환한 뒤 2~3주일에 한 번 정도로 만남을 이어온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갖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피의자 B 씨 역시 A 씨의 손님이었다. 그런데 A 씨가 B 씨에게 아나운서와의 관계를 다 얘기하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아나운서의 문자 내용까지 공유했다. 이후 B 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련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뒤 아나운서에게 연락해 “방송국과 신문사에 아는 사람 많다” “기자들에게 자료 보냈다” 등의 얘기를 했다.
이렇게 아나운서를 몰아세운 뒤 A 씨와 B 씨는 “기자들에게 사진을 다 보냈는데 지금 입을 막고 있는 중”이라며 “계속 방송 일을 하고 싶으면 3억 원을 보내라”는 취지의 협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나운서는 실제로 이들에게 200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는 게 법원의 단호한 입장이었지만, 피의자들이 범행을 인정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제는 그 뒤에 불거졌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유흥주점에서 3억 원 협박당한 남자 아나운서의 정체는 한상헌”이라며 피해자 아나운서의 실명을 공개해버린 것. 사실 법원 판결 이후 대다수의 언론사가 피해자 아나운서가 누구인지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피해자인 만큼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 실명이 알려졌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법원이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힌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방송에서 모두 자진하차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이런 협박 사건이 연예계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다. 연예인이 가진 유명세(인기)는 일반인에겐 약점이 아닌 사안도 약점으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은 쉽게 큰돈을 번다고 알려져 있어 한방에 거액을 노리는 협박범들의 좋은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은 협박범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연예계 원로의 말이다.
“사실 신고하면 협박범 잡는 건 일도 아니다. 요즘은 익명의 악플러도 잡고 악성루머 최초 유포자도 잡을 정도다. 그렇데 조금만 삐끗하면 큰일 난다. 협박범을 잡아서 처벌하는 것보다 협박 자체가 사라지게 하는 게 핵심인데 범인을 잡아도 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걸 아니까 대놓고 협박을 하는 거고 또 그냥 당하는 거다. 이번 경우처럼 유흥업소랑 엮이는 일도 있지만 클럽 같은 데서 만나 짧게 인연을 맺은 여성이랑 문제가 얽혀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다.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협박당하는 연예인의 거의 100%가 그냥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일을 무마하려 했다.”
물론 이런 협박은 한번 응하면 계속 말려들 수 있다. 요구에 응할 경우 협박범이 더 많은 요구를 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지만 연예계에서 과연 이게 정답인지는 명확치 않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최근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마트폰 해킹 및 협박 사건의 피해자 주진모가 바로 협박범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신고를 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주진모는 “만일 그들의 협박에 굴한다면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괴롭히리라 판단해 그들의 공갈, 협박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OCN 드라마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 홍보 스틸 컷
최근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마트폰 해킹 및 협박 사건의 피해자 주진모가 바로 협박범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신고를 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주진모는 “만일 그들의 협박에 굴한다면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괴롭히리라 판단해 그들의 공갈, 협박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해킹당해 협박을 받은 연예인과 유명인은 주진모 말고도 여럿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협박범들의 요구에 응했고 또 어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세간의 관심은 주진모에게 집중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협박 사건의 피해자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과연 주진모의 정공법이 옳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주진모가 우리 회사였다면 나는 말렸을 것이다. 어차피 여기(연예계)는 누가 오늘 갑자기 뜰지, 또 내일 갑자기 망할지 알 수 없는 곳이다. 정답이나 정도 따윈 없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게 뭔지만 명확하다. 그게 바로 이미지이고 거기서 비롯된 인기다. 협박 사건은 스타의 이미지에 심각한 상처가 날 수 있는 위기라는 게 가장 명확한 실체다. 협박 범죄 앞에서 연예인은 늘 ‘슈퍼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중이 피해자를 피해자로만 받아들여주면 다 해결된다. 연예인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테고 협박범도 거의 사라질 거다. 그래서 주진모 사건의 결말이 중요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