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병원 앞 구급차. 사진=연합뉴스
2월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107번째 환자(67·남)가 사망한 데 이어 25일 오후 298번째 환자(58·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누적 사망자 수는 11명(외국인 1명 포함)이다.
사망자는 유독 한 곳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이 경북 청도에 위치한 대남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다.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 수는 총 113명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14%에 이른다. 1990년 문을 연 대남병원은 폐쇄병동 외에도 내과와 신경과, 정신과, 정형외과 등 7개 과목 진료를 보고 있다. 종합병원, 군위탁요양병원과 보건소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보기 드문 형태의 의료시설이다.
특히 확진자 대부분이 병원 5층에 위치한 폐쇄병동 환자였는데 전문가들은 “폐쇄병동이라는 특성이 확진자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고 해석했다. 밀접 접촉, 작은 창문으로 인한 환기 부족 등의 환경이 감염병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것. 한 현직 정신과 전문의는 “열악한 환경이 사태를 최악으로 이끈 점도 있다. 대남병원 5층 외관은 눈으로만 살펴봐도 유독 창문이 작고 낡았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폐쇄병동에서 환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지방 도시에 위치한 정신병동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이로 인한 관리 소홀은 없었나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남병원 전 직원 A 씨 역시 병동의 열악한 환경과 취약한 위생 상태가 사망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봤다. A 씨는 “5층은 쉽게 설명하면 커다란 어린이집이라고 보면 된다. 6명이서 방 한 개를 사용했다.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는 없지만 고위험군의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병동 내부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하루를 보냈다.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약도 밥도 정해진 시간에만 먹을 수 있다. 의료기기는 많지 않다. 환자들의 건강보다는 생활을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명이 넘는 환자를 3교대로 서너 명의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돌봤다. 의사는 2명 정도였는데 오후가 되면 퇴근을 했다. 밤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간호사가 따로 전화를 했다. 당연히 환자 개인의 위생을 챙겨줄 겨를은 없었다. 그렇다보니 의료진이 안보는 사이 환자들이 서로의 음식을 빼앗아 먹거나, 떨어진 담배를 주워 피거나 하는 일이 빈번했다. 여기에 환자 스스로도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1명이 병에 걸리면 다 같이 전염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족을 병원에 맡겨 둔 보호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고모가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한 보호자는 “언론을 통해 병원 소식을 접하고 급히 전화를 했는데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았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병원 직원과 연결이 됐는데 고모가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 후로 또 연락이 잘 안 된다. 생사 확인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감염원을 찾고 있다. 애당초 질병관리본부가 주목한 건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였다. 그런데 31번 환자가 대남병원 지하 1층에서 치러진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형의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초 감염원은 미궁에 빠졌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남병원의 입장 발표 이후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며 상황이 급속도로 변하는 모양새다. 병원은 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만희 총회장의 형이 사망하기 직전인 1월 27부터 31일까지 대남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폐쇄병동 환자들이 20여 차례 외부와 접촉한 사례도 있음을 밝혔다.
창 밖을 보고 있는 환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이 경우 감염 매개체는 병원 내 의료진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 총회장의 형이 입원한 응급실과 폐쇄병동은 각각 건물 1층과 5층에 위치해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전달되기에 물리적 거리가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폐쇄병동에 상주하면서도 응급실 내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이 중간 전파자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감염원의 등장 가능성도 있다. 폐쇄병동의 환경이나 신천지와는 별개로 5층에 최초 감염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코로나19는 이 건물 5층에서만 빠르게 퍼졌다. 대남병원 확진자 113명 가운데 111명이 5층에서 발생했고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 9명 모두 폐쇄병동 근무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병동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병원 내 의료진 및 직원들, 특히 중국 국적의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2월 17~18일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종사자의 감염관리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조사에서 폐쇄병동 요양보호사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남병원 사태 이후 정부는 2월 24~25일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420여 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다시 실시했다고 밝혀 뒤늦은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편 대남병원은 환자들의 외출 이력에 대해 당초 밝힌 것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2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확인한 출입기록부에 따르면 폐쇄병동 내 확진자 2명은 최근 한 달간 외출과 면회 이력이 없었다. 그러나 대남병원은 24일 “환자들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1월 22일부터 2월 13일까지 외박 8회, 외진 5회, 면회 12회 등 모두 25회의 외부 접촉 기록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부 접촉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직 폐쇄병동 간호사 B 씨는 “폐쇄병동 환자가 외박이나 면회를 통해 만나는 사람의 범위는 가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 청도군은 확진자가 없는 청정지역이었다고 하니 환자의 가족이 외지에서 온 확진자였을 수도 있고 환자가 외지로 나가 가족을 만났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국 병원 내부에서 감염이다. 진짜 외부인을 만나는 경우는 오히려 병원 내 행사를 통해서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출입기록부를 통해 당시 환자가 접촉한 사람을 확인하고자 병원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