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여행 예능…줄줄이 결방
2월 26일 오전 기준으로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홍콩과 쿠웨이트 등을 포함해 12개국이다. 영국과 태국 등은 한국을 다녀왔거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방문한 지역에서 온 입국자를 2주간 자가격리시키는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중국에 이어 한국을 여행경보 최고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해외 유명 여행지를 다니며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직격탄을 맞았다. KBS 2TV ‘배틀트립’과 tvN ‘더 짠내투어’,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 : 대항해 시대’ 등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해외 곳곳을 다니며 먹방을 보여주고 현지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KBS 2TV ‘배틀트립’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가 현재는 녹화 자체를 중단했다. 사진=KBS 2TV ‘배틀트립’ 방송 화면 캡처
물론 한국에서 온 비행기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국가를 촬영지로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 언론이 중국에 이어 한국을 코로나19 위험 지역으로 꼽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시도 자체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에 하나 촬영에 협조한 한국인 스태프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현지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공식 촬영을 위해서는 현지 공공기관의 허락이나 협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거절당할 확률도 높다”며 “때문에 굳이 해외 촬영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배틀트립’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가 현재는 녹화 자체를 중단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들도 문을 닫고, 지역 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웃음을 유발시키는 예능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숨죽인 K팝 스타 “한국 향한 반감 우려”
K팝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을 내고 컴백하면서 K팝을 향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활발히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8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콘서트’에 방탄소년단과 NCT127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됐다. 대구에서 가장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 6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는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K팝 스타들을 보기 위해 해외 팬들이 대거 입국하는 것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 상황에 놓였다. K팝 스타들이 해외에서 공연을 여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K팝 그룹인 위너와 갓세븐, NCT DREAM 등은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예정됐던 공연을 취소했다. 여러 국가를 돌기로 결정됐던 세븐틴의 월드 투어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유명 K팝 스타가 속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K팝 스타를 비롯해 스태프들은 철저한 검사 후 무대에 서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가는 곳에는 아시아 곳곳에서 온 수만 명의 팬들이 운집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그런 대규모 공연을 여는 것 자체가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공연 취소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8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콘서트’에 방탄소년단과 NCT127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됐다. ‘MAP OF THE SOUL : 7’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같은 맥락으로 걸그룹 트와이스는 3월 7일과 8일로 예정된 서울 콘서트를 취소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최근 확산 기로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추세를 봤을 때 아티스트와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나아가 많은 인원이 모이는 실내·외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관련 정부 방침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차원에서 공연 취소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동 걸린 영화 해외 로케이션
영화 ‘기생충’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인해 특수를 누릴 기회를 맞은 영화계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준비 중인 제작사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 현빈이 출연하는 영화 ‘교섭’의 주요 촬영 장소는 요르단이다. 하지만 요르단은 이미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의 입국을 막겠다고 밝힌 상태다. 촬영 준비를 위해 출발한 선발대가 이미 요르단에 머물고 있지만, 촬영 본진의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제작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 ‘피랍’ 역시 당초 3월 모로코에서 크랭크인할 예정이었다. 모로코는 아직 한국으로부터의 입국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더 확산되면 모로코 역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3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외신들도 이번 사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코로나19 감염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발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