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한 김태희(40)의 바람이다. 2017년 1월 가수 비(정지훈)와 결혼해 두 딸을 낳은 그는 출산과 육아에 시간을 쏟느라 연기활동을 잠시 멈췄다. 2019년부터 연기 복귀를 준비하면서 작품 선택을 고심해온 끝에 2월 22일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하아바이, 마마!’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엄마가 된 김태희의 선택은 ‘절절한 모성애’다. 처음 엄마 역할에 도전하는 그의 선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방송이 시작한 뒤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다. 어린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가 지닌 모성애의 표현이 시청자의 호감과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딸의 엄마가 된 개인적인 변화가 김태희의 배우 인생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5년 만의 연기 복귀작인 ‘하이바이, 마마!’에서 김태희는 시청자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가 품은 절절한 모성애의 표현이 공감을 얻는다. 사진=tvN ‘하이바이, 마마!’ 공식 홈페이지
#‘엄마’ 역할로 복귀해 호평
김태희는 서울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 영화 ‘선물’의 단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했다.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활동 초반 서울대 출신 연기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빼어난 외모로도 주목받았다. 연기 경력이 짧은데도 영화 ‘중천’, ‘싸움’의 주연은 물론 2009년 이병헌과 함께 첩보 대작 KBS 2TV ‘아이리스’의 주연도 맡았다. CF 모델로도 승승장구하면서 몸값을 높였지만 정작 본업인 연기력 면에서는 줄곧 ‘혹독한’ 평가에 직면했다. ‘화려한 스펙에 가려 연기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출연작마다 감정 표현이 어색한 모습을 자주 노출해 시청자로부터 날카로운 지적도 받아왔다.
김태희가 이제는 달라진 모습이다.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맞아서일까. 결혼 전 마지막 작품인 SBS 드라마 ‘용팔이’ 이후 5년 만의 연기 복귀작인 ‘하이바이, 마마!’에서 김태희는 시청자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가 품은 절절한 모성애의 표현이 공감을 얻는다. 이에 시청률도 즉각 반응한다. 2월 22일 첫 회 방송에서 5.9%(닐슨코리아)로 출발한 드라마는 23일에는 6.1%로 소폭 상승했다. 고무적인 반응 속에 방송가에서는 시청률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김태희는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 달라진 지향도 드러낸다. 결혼 전까지 주로 로맨스나 멜로 장르의 주인공을 도맡았지만 이제는 작품 선택에서의 변화가 감지된다. 엄마가 된 상황을 연기에도 반영할 수 있는 작품을 택해 좀 더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려는 움직임이다.
김태희의 이런 선택은 앞서 배우 이영애나 이나영의 시도와도 맞물린다. 두 배우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은 뒤 오랜만에 연기를 재개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한층 깊어진 표현으로 호평 받았다. 이영애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이나영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비슷한 길을 먼저 걸었다. 김태희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tvN 새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태희. 사진=tvN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가족 곁을 떠난 주인공이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남편과 어린 딸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태희는 만삭의 몸으로 당한 불의의 사고로 눈을 감았지만 아이를 한 번이라도 안아보고 싶은 마음에 ‘이승’을 떠도는 인물이다. 출연을 선택할 때부터 “마음이 남달랐다”는 게 김태희의 설명이다. 드라마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엄마의 절실한 마음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두고 죽은 뒤 귀신으로나마 딸 곁에 머물고 싶은 엄마의 심정에 그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김태희는 2017년 10월 첫 딸을 낳고 지난해 9월 둘째 딸을 낳았다. 화려해 보이는 배우이지만 현실에서는 육아에 ‘치이는’ 엄마다. 그런 김태희가 ‘하이바이, 마마!’ 대본을 받아본 건 둘째 딸을 안은 무렵인 2019년 가을이라고 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대본을 보고 저도 딸을 가진 엄마로서 공감이 되고 많이 울었다”는 그는 “좋은 메시지를 가진 좋은 작품에 함께하고 싶었고, 작품을 통해 느낀 깨달음과 교훈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우로서의 연기 욕심을 넘어 동시대 대중과 공감하고 위로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동안 출연한 대부분 작품에서 판타지 같은 비현실적인 역할을 소화해온 김태희는 현실감이 묻어나는 이번 드라마에 의욕을 갖고 임하고 있다. 실제 모습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태희는 “단순한 성격, 먹을 걸 좋아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내 모습과 닮았다”며 “귀신이라는 점만 빼면 이전에 맡았던 역할보다도 훨씬 나와 가까운 캐릭터다. 딸을 가진 엄마라는 점, 평범한 엄마이자 가족의 구성원이란 점도 그렇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육아맘’을 향한 응원도 꺼냈다. 김태희는 “정말 힘들지만 그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은 시간인 것도 알고 있다”며 “드라마에서 ‘귀신 엄마’ 역할을 하다 보니 아이를 만질 수 없는데, 실제론 아이를 껴안고 눈을 맞추고 살을 맞닿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느끼게 됐다”고도 말했다. ‘달라진’ 김태희의 모습이 ‘하이바이, 마마!’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