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홍 아무개 씨(61)와 김 아무개 씨(65)는 이미 사건 직후인 2019년 5월 검거돼 1심 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주범 조 씨의 체포로 수사는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9개월 동안 조 씨의 도피를 도운 이들까지 체포해 그 책임을 물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2월 25일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씨가 검거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신출귀몰했다. 2007년 건설회사 사주 납치사건 당시에는 5개월, 2013년 범서방파 두목 감금 및 폭행 사건 당시에도 4개월 넘게 도망 다녔다. 수시로 휴대전화와 수행원을 바꿨으며 은신처 역시 여러 곳을 옮겼다.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신용카드와 은행 거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역시 본인 명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매번 결국 붙잡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조규석 씨가 주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명단에 포함됐다.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조 씨의 도피에 도움을 준 인물들을 파악하고 그들의 이용 차량 등에 대한 밀착 추적에 돌입했다. 그렇게 조 씨가 충남 아산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월 25일 오전 9시 30분께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이 오피스텔 현관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을 당시 조 씨는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별다른 반항 없이 검거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휴대전화 두 대와 전화번호 여러 개가 적힌 종이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는 조규석 씨가 도피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은 물론이고 도피 자금 제공자 등을 밝혀내는 데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체포돼 경찰서로 온 조규석 씨는 취재진을 향해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과 무자본 M&A(인수·합병)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50대 사업가 A 씨가 부산 소재의 상장사 H 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H 사를 인수할 기회를 잡았지만 자금이 없던 A 씨가 기업 M&A 전문가인 B 씨에게 ‘자금을 대면 매물로 나온 상장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권을 나눠주겠다’고 제안을 한 것. 그렇지만 역시 자금에 한계가 있던 B 씨는 지인들에게 투자를 받아 상장사인 전자상거래업체를 인수한다. 인수한 업체의 자금으로 H 사를 인수하려 했지만 기대만큼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다시 다른 투자자들의 돈까지 끌어 모아 결국 H 사를 인수한다.
그렇지만 A 씨는 B 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회사 경영권을 독차지했다. H 사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전자상거래업체를 인수했고 여러 투자자들의 자금까지 끌어들인 B 씨는 결국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한다. 그게 바로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씨다.
그럼에도 A 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조 씨에게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주며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결국 조 씨는 공범들과 함께 2019년 5월 19일 A 씨를 납치 감금해서 폭행하며 겁을 주는 과정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조 씨는 9개월여의 도피 행각을 벌였지만 두 공범 홍 씨와 김 씨는 범행 이후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공영주차장에 A 씨의 시신을 유기한 후 인근 모텔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다 검거됐다. 수면유도제를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2019년 12월 1심 재판이 끝났는데 이들은 각각 징역 5년과 12년을 선고 받았다. 또한 조 씨의 동생도 이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나 재판을 받았는데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다.
주범 조규석 씨의 공범인 홍 씨와 김 씨가 살인사건 직후 용의차량을 공영주차장에 유기한 뒤 인근 사거리에서 택시에 승차하는 장면. 사진=경기북부경찰청
31세에 부두목이 된 조규석 씨는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의 부두목이지만 실질적인 두목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범들이 5년과 12년 형을 선고 받은 만큼 조 씨에게도 무서운 형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 씨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던 B 씨 역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H 사 인수를 위해 미리 인수했던 전자상거래업체의 자금 230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H 사 인수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26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게 문제가 됐다. 다만 A 씨 사망에 대해서는 “그를 죽이라고 사주하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