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인재 육성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4일 대전광역시 서구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의 꿈, 4차산업 혁명 특별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각 기관 분야 겹치고 커리큘럼 차별화도 안돼
대표적인 4차산업 관련 청년 교육사업은 고용노동부의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훈련’,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의 ‘빅데이터 청년인재 일자리 연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혁신성장청년인재집중양성’ 등이다. 2019년 추가경정을 포함해 투입된 예산은 각각 219억, 21억, 340억 원이며 교육 대상자는 총 3600여 명이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자됐지만 이들 3개 교육사업의 효율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세 기관의 교육 사업이 겹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세 기관의 공통 분야다. 고용노동부와 IITP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AR·VR,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대다수 교육 분야가 똑같다. 커리큘럼도 별반 차이가 없다.
Kdata에서 교육을 수료한 한 학생은 “유사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당해 연도에 중복 참여가 안 돼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막상 교육을 듣고 교육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기관마다 별반 차이가 없어서 허탈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이 같은 사업 진행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 교육기관 관계자는 “교육생이 세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별 차이점을 못 느끼고 있어 차별성이 필요하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은 중·고급 인력 원하는데…
4차산업 핵심인재 육성 방향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기업이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초급자 양성에 맞춰진 교육만으로는 현재의 고급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교육을 받은 한 학생은 “교육 기간이 짧아서 기업에서 원하는 전문성을 확보하긴 어려웠다”며 “또 빅데이터 관련한 전문강사가 아니라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수업만 진행됐다”고 말했다. IITP에서 교육을 받은 한 학생 역시 “단기간의 교육을 수료한다고 기업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추긴 어렵다”며 “강사가 일정에 맞춰서 진도를 빼느라 제대로 배우기 힘들어서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난 교육과 상관없이 다른 곳에 취업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타 부처와 달리 대략 6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해서 짧지는 않다”며 “고급인력을 양성하고자 노력하지만, 석·박사 수준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산 집행을 초급 인력 양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급 인력 육성에 집중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관련 분야가 대표적이다. AI 대학교·대학원이 생긴 것은 지난해부터다. 현재는 총 5곳으로 이들 대학은 총 5년 동안 9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와 관련 임희석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은 “90억 원이 많게 보일 수도 있으나 학생들 장학금으로 대부분 나간다”며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보하고 기존 학교에 있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교수가 와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모셔오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1월 발간한 ‘2019년 NIA AI Index-우리나라 인공지능(AI) 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대학교·대학원 수는 비교 대상 8개국 중 5위, 논문 건수는 7개 비교국 중 6위로 전문 인재 양성 기반이 취약하고, 연구성과 도출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기업은 아예 AI 교육 역량이 우수한 해외 시장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즉시 협업 가능한 연구진을 보유한 AI 기업을 인수했다. 또 해외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AI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허정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정부는 고급인력 양성 방안 등 중장기 교육과 일자리 정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교육기관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