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이던 7호선 전동차의 중간 연결기인 봉 연결기가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봉 연결기가 장착된 7호선 전동차 56량을 전수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1월 22일 오후 12시 2분 부평구청행 7호선 전동차 767편성(8량)이 신풍역에서 정차한 뒤 출발할 때 구동력을 잃으며 멈춰서는 사고가 있었다. 차량 중간 연결기가 절단되면서 동시에 공기 제동 장치에 압력 공기를 공급하는 MR관이 파열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탑승객 136명은 버스로 이동해야 했고, 차량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다행히 인명 사고는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차량 앞과 뒤를 천왕 차량기지 예비 전동차와 후속 열차로 구원 연결해 각각 천왕 차량기지에 2량, 보라매 유치선에 6량을 유치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교통공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연결기 감정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절단된 봉 연결기 단면. 사진=제보자
서울교통공사 측은 “사고 난 편성 전동차는 초음파로 봉 연결기 안을 들여다보는 탐상 검사를 마쳤다. 그 외 2편성은 현재 점검 중이지만 나머지 4편성은 점검을 아직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봉 연결기를 점검하는 탐상 검사를 하기 위해선 4년에 한 번씩 하는 중정비 검사 때처럼 전 부품을 해체해야 한다. 보통 14일에서 20일 정도 걸린다. 이대로라면 모든 차량의 중간 연결기를 점검하기까진 최소 두 달은 더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비 결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절단면을 봤을 때 봉 연결기 안에서 균열이 조금씩 일어나다가 한번에 뚝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비할 때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서울교통공사 내부 관계자 주장에 따르면 봉 연결기가 장착된 전동차가 도입될 당시 5~8호선을 관리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엔 이를 정비할 수 있는 기기와 인력이 부족했다. 문제가 발생한 7호선 전동차는 2012년 8월 도입됐다. 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기 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시철도공사는 밀착 연결기가 장착된 전동차만 취급했다. 봉 연결기가 장착된 전동차 도입은 처음이었다. 봉 연결기 점검엔 초음파를 이용해 내부에 균열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탐상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정비하는 인력도 국가자격증에 해당하는 탐상 정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앞서의 내부 관계자는 “당시 도시철도공사는 정비 인력을 외주로 쓰고 있었다. 외주 인력은 숙련도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탐상 정비 자격증을 가진 인원도 극히 드물었다고 안다. 당시 탐상 장비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후 5~8호선에 봉 연결기가 장착된 전동차를 들여오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탐상 장비와 인력이 현재 5~8호선 전동차를 정비하는 차량 기지에 배치됐다. 탐상 업무가 가능한 차량 기지는 5곳, 탐상 업무가 가능한 인원은 14명이다. 이 가운데 1~4호선을 정비하는 군자 차량기지, 신정 차량기지, 지축 차량기지, 3곳에 각각 5명씩 15명이 근무한다. 5~8호선을 정비하는 고덕 차량기지, 도봉 차량기지, 2곳에 각각 2명씩 4명이 배치됐다.
여전히 5~8호선은 정비 인력의 숙련도가 낮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정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면서 5~8호선 외주 정비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전히 숙련도 면에서 완성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으로 정비 결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사고 조사 보고서
인력 배치 불균형이 심해 1~4호선과 5~8호선 업무 강도 차이가 크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1~4호선에선 2035명 정비 인력이 전동차 2094량을 관리하는 반면 5~8호선에선 989명이 1616량을 담당한다. 1~4호선은 1인당 1량을 관리하는 반면 5~8호선은 1인당 2량을 정비하는 셈이다. 5~8호선의 업무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될 때 5~8호선 정비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서울메트로와 4년 동안 인사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인력 배치 불균형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형찬 서울시의원은 “지금이라도 1~4호선, 5~8호선 정비 인력 교류와 교육으로 업무 강도를 재조정하고, 숙련도를 상향 평준화할 필요가 있다”며 “운행되던 전동차의 연결기가 무 잘리듯 절단되는 큰 사고가 났다. 시민의 안전이 볼모가 돼선 안 된다. 당장 운행을 멈추고 전수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후 즉시 1~8호선 모든 전동차의 중간 연결기에 대해 외관의 균열, 변형 여부 등 특별 전수 검사를 완료했고, 이에 앞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사고 차량과 동일한 7호선 7개 편성에 대해서 관련규정과 절차에 따라 외관, 기능, 탐상 등 중정비 검사를 시행하여 연결기 장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위 관계자는 “통합 전 도시철도공사는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여 정비를 시행하였다. 특히 탐상 분야는 특수한 분야로서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가 작업 매뉴얼에 따라 보유된 탐상 장비로 점검을 철저히 시행한 후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가 재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쳤기 때문에 정비 인력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