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호텔롯데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부문은 면세점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핵심 고객층이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때 불리해진다. 호텔롯데에서 막대한 상장차익을 기대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임직원 주주들이 반길 리 없다. 상장이 지연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회사채 등으로 약 2조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도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은 1만 8150원. 2월 초 2만 원을 웃돌던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2월 27일 현재 1만 8000원을 밑돌고 있다. 최근 같은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외부조달에 성공해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라는 과제가 남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데 정상화가 지연되면 차입상환 부담이 커진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관련기사 아시아나 인수하는 HDC,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 까닭).
신동빈 회장이나 정몽규 회장만큼은 아니지만 유독 코로나19에 신경이 곤두 선 총수도 있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다. 지난 6개월간 공격적인 투자를 했는데, 모두 코로나19 영향권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9월 58억 달러(6조 9000억 원)를 들여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을 한번에 인수했다. 중국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관광객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미국 호텔업계에도 악영향이다.
지난해 11월엔 아시아나항공도 인수에도 재무적 투자자(SI)로 참여해 4899억 원의 조달 책임을 맡았다. 미래에셋그룹의 자금이 아니라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형식이지만, 성과가 부진하면 박현주 회장에게도 부담이다. 박 회장은 이미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인사이트 펀드의 부진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었다. 게다가 박 회장은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데, 최근 한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자칫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