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어는 아무래도 면역력 강화밖에 없을 터. 감기나 독감처럼 유행병이 돌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면역력. 이러한 면역력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아니, 우리 의지대로 높일 수 있긴 한 걸까.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들은 “과학적으로는 ‘면역력을 높인다’는 개념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방법들(식이요법 개선, 비타민 복용, 운동 등)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어느 때보다 더 궁금할 수밖에 없는 면역력에 대한 A~Z를 알아본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우리 몸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경복궁을 관람하는 외국 관광객들. 사진=고성준 기자
#면역력 키우는 생활습관?
전반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몸속에 침투해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부터의 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일 어떤 이유로 이에 실패할 경우에는 감염이 된다. 즉 병이 들게 된다. 우리가 평소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하버드대 의료진들은 “면역력을 높인다는 생각은 꽤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지만, 사실은 몇 가지 이유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면역체계는 정확하게 하나의 독립체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면역체계가 기능을 잘하려면 우리 몸 안의 다양한 곳에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과학자들은 면역반응의 복잡성과 상호연관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으며, 생활습관과 면역기능 사이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직접적인 연관성 또한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방식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연구를 게을리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식단, 운동, 연령, 심리적 스트레스를 비롯해 면역 반응에 미치는 여러 요인들의 영향력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자세와 노력이야말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는 △금연하기 △과일과 채소 많이 먹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적정 체중 유지하기 △과음하지 말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 △손 자주 씻기 △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기 △스트레스 최소화하기 등이 있다.
#노년의 면역력
나이와 면역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면역 반응 능력이 저하되는 건 맞다. 어떤 사람들은 건강하게 나이를 먹기도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의 경우 젊은 사람들에 비해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은 확실히 더 높다. 때문에 노령층일수록 감염증에 취약하고, 더 많이 암에 걸리게 된다. 그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실제 호흡기 감염, 인플루엔자, 그리고 특히 폐렴은 전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왜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위험이 T세포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을 퇴치하는 T세포가 적게 생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자세와 노력이야말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일요신문DB
사정이 이러니 노인들의 경우 백신에 대한 반응도 젊은층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건강한 어린이(2세 이상)에 비해 백신이 훨씬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독감 및 폐렴 예방접종을 실시한 노인들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질병 발병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의 영양 상태와 면역력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부유한 선진국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영양실조의 한 형태인 ‘미량 영양실조’ 때문이다. 식이요법으로 얻거나 보충할 수 있는 일부 필수 비타민과 미량 무기질이 부족한 ‘미량 영양실조’는 노인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유는 노인들은 보통 적게 먹는 경향이 있고, 종종 식단의 다양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먹는 영양 보조제가 노인들이 건강한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하버드대 의료진들은 가능한 한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제라고 할지라도 고령의 노인층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아연, 셀레늄, 철, 구리, 엽산, 비타민 A, B6, C, E 등과 같은 무기질들이 결핍될 경우, 면역체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몇 가지 연구 결과도 있다.
무기질이 부족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채소를 즐겨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종합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단, 비타민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 많다고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면역력
면역력의 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트레스는 어떨까. 배탈, 두드러기, 심지어 심장병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질병들은 모두 정서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스트레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어떤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인 상황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에 노출될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스트레스 정도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이 정확한 것인지 과학자가 파악을 하기도 어렵다. 가령 맥박 수치 등 스트레스를 측정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사실 이 수치는 다른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와 면역 기능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스트레스 요인보다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나 직장에서의 지속적인 압박과 같은 만성 스트레스 요인을 더 꾸준하게 연구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얼마만큼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추위에 노출된다고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독감은 추위 때문? 면역력 때문!
추위와 면역력의 상관관계 역시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하게 옷을 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말은 옳을까. 이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추위에 노출된다고 꼭 감염 가능성이 높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건강 전문가들은 겨울이 ‘추위와 독감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지 춥기 때문이 아니라 세균을 옮길 수 있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접촉하면서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실험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되고 있다. 가령 사람들을 차가운 물에 들어가 앉아있도록 하거나, 영하의 기온에서 나체로 앉아있게 하거나, 혹은 남극대륙 거주민들과 캐나다 로키산맥의 원정대를 비교 연구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들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일례로 과학자들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열심히 땀을 흘려 운동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호흡기 감염에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긴 했지만, 이러한 감염이 무엇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혹독한 운동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건조한 공기 등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문제에 대해 수백 가지의 의학 연구를 검토하고 자체 연구를 실시한 캐나다의 연구진은 적당한 추위에 노출된 상태라면 감염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컨대 적당한 추위는 인간의 면역 체계에 그다지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몸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동상과 저체온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서 장시간 야외활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한다.
운동은 어떨까.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시키고, 혈압을 낮추고,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며,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특히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때 너무 강도 높은 운동보다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브로콜리, 강황…‘면역력 도우미’ 음식들 15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식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몬드, 강황, 요거트, 붉은 피망. #감귤류 비타민 C는 병원균과 싸우는 핵심 요소인 백혈구의 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감귤류로는 자몽, 오렌지, 귤, 레몬, 라임 등이 있다. 우리 몸은 비타민 C를 자체적으로 생성하거나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비타민 C 보조제를 섭취해야 한다. #붉은 피망 붉은 피망에는 감귤류보다 비타민 C가 두 배 더 많이 들어있다. 또한 붉은 피망은 베타카로틴의 풍부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비타민 C는 면역체계를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한 피부와 눈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브로콜리 브로콜리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비타민 A, C, E는 물론이요, 항산화제와 섬유질로 가득 차 있기에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채소 가운데 하나다. 브로콜리의 영양분을 온전히 섭취하려면 가능한 살짝 데치거나 조금만 익히거나 아예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마늘 마늘은 음식에 풍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식품이다. 마늘은 특히 감염증 예방에 좋으며, 혈압을 낮추고 동맥경화 속도를 늦춰주기도 한다. 마늘이 면역력 증강에 좋은 이유는 알리신 같은 황을 함유하는 화합물이 많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강 생강은 몸 속의 염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인후염 및 기타 염증성 질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메스꺼움을 줄이는데도 효과를 나타낸다. 생강을 먹으면 캡사이신의 친척인 진저롤로 인해 몸에서 약간의 열이 나며, 만성 통증을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특성도 갖고 있다. #시금치 시금치는 비타민 C뿐만 아니라 항산화제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다. 브로콜리와 마찬가지로 시금치 역시 영양분을 온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살짝 익혀 먹어야 한다. #요거트 요거트는 설탕이 듬뿍 든 달콤한 제품보다는 그릭 요거트처럼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다. 대신 몸에 좋은 과일과 꿀을 한 방울씩 뿌려 단맛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특히 비타민 D가 강화되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D는 면역체계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주고 질병에 대한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방어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몬드 감기를 예방하고 퇴치하는 데 있어 비타민 E는 사실 비타민 C에 비해 소홀히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타민 E는 건강한 면역체계의 핵심이 되는 영양소다.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는 비타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방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약 46알의 아몬드에는 하루 권장량의 거의 100%에 달하는 비타민 E가 들어있다. #강황 커리의 주요 성분이기도 한 향신료인 강황은 오래 전부터 관절염과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항염증제로 사용되어 왔다. 독특한 노란색을 띠게 해주는 고농도의 커큐민은 운동으로 인한 근육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녹차 녹차와 홍차 모두 항산화제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가 가득하다. 하지만 녹차에는 면역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즉 강력한 항산화제인 EGCG가 더욱 풍부하다. 발효과정을 많이 거치는 홍차의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EGCG가 많이 파괴되는 반면, 쪄서 말리는 녹차는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EGCG가 다량 보존된다. 녹차는 또한 아미노산 L-테아닌의 좋은 공급원이기도 하다. L-테아닌은 T세포에서 세균에 저항하는 화합물을 생산하는데 도움을 준다. #파파야 파파야에는 비타민 C가 하루 권장량의 224%나 들어있다. 또한 항염증 효과가 있는 파파인이라는 소화효소도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상당한 양의 칼륨, 비타민 B, 그리고 엽산이 있다. 이런 영양소들은 모두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 #키위 파파야처럼 키위에도 엽산, 칼륨, 비타민 K, 비타민 C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C는 백혈구를 증가시켜 항원과 싸우게 하며, 키위의 다른 영양소들은 신체의 나머지 다른 부분들을 적절하게 기능하게 한다. #가금류 닭국물(치킨 수프, 삼계탕, 백숙 등)은 감기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며, 또한 애초에 아프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는 닭고기와 칠면조 같은 가금류에 비타민 B-6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약 85g의 칠면조나 닭고기에는 하루 권장량의 40~50%의 비타민 B-6가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B-6은 몸에서 일어나는 많은 화학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롭고 건강한 적혈구 형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해바라기씨 인, 마그네슘, 비타민 B-6 등 영양분이 풍부한 해바라기씨에는 이밖에도 강력한 항산화제인 비타민 E가 풍부하다. 비타민 E는 면역체계의 기능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E가 많은 다른 음식들로는 아보카도와 짙은 녹색잎 채소들이 있다. #조개류 및 갑각류 사실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으로 조개류와 갑각류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몇 조개류에는 아연이 풍부하다. 아연은 비타민과 다른 미네랄만큼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실 면역 세포가 의도한 대로 기능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아연 함량이 높은 조개류와 갑각류는 게, 바지락, 바닷가재, 홍합 등이 있다. 다만 하루 권장량 이상(성인 남성의 경우 11mg, 여성의 경우 8mg)의 아연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면역체계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