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테마주가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업체 코미팜은 지난 2월 27일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전날보다 4050원(30%) 급등한 1만 755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조 1219억 원으로 전장 대비 2600억 원 늘었다. 상승세는 다음날인 28일에도 이어졌다. 2만 2200원까지 올랐다가 1만 9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미팜은 26일 장 마감 직후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물질 ‘파나픽스(Panaphix)’의 국내 식약처 긴급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코미팜은 “파나픽스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폐렴의 원인인 ‘사이토카인 폭풍(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억제시키는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라며 “7일 복용하면 병세가 호전되고 14일 복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코로나19 치료제는 없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미팜이 공시한 긴급임상시험 신청이라는 용어부터 도마에 올랐다. 이 용어가 의미하는 미국의 패스트트랙 제도(신약을 짧은 기간 내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한국에 없다. 식약처는 안전성을 우선으로 임상시험 절차를 설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속 승인 절차는 없다. 업체가 임상시험신청 승인을 요청하면 관련 부서에서 검증을 하고, 필요성이 인정되면 빠르게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다”며 “관련 서류가 잘 갖춰졌다면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보완 사항이 있다면 최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파나픽스가 임상 승인을 받고 효용성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판매 허가 신청은 별도로 밟아야 한다. 판매 허가는 추가로 효용성과 독성, 유해성 등이 검증돼야 내려진다. 국내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제약업계에서는 파나픽스가 ‘치료제’라고 공시된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코미팜은 파나픽스가 사이토카인의 배출을 억제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을 원천적으로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나픽스는 고형암 관련 항암제와 통증완화를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고, 코로나19의 결정적 원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만큼 기대를 걸기에는 이르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미팜 측은 “동물대상 시험 및 타질환 환자 임상시험을 통해 약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긴급임상시험신청으로 코로나19 폐렴 치료 효과 확인만 남은 단계”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파나픽스 임상이 국내외 어떤 곳에서 진행 중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미팜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신청 공시와 함께 지난해 실적도 공개했다. 지난해 매출 354억 8990만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 각각 54억 원, 245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1.4%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지속되고 있고, 순손실은 크게 확대됐다”며 “코미팜은 과거 메르스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도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오른 사례가 있다는 점도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팜은 1972년 9월 동물용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1년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동물용 백신과 치료제 등 제조업과 바이러스, 유전자검사 등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적은 없다. 현재 동물용의약품 사업 외에도 인체의약품으로 사업을 넓히기 위해 인체 의약품 신약 코미녹스(PAX-1)를 개발해 임상 중이다.
의료기기개발 업체 피씨엘(PCL)도 코로나19 관련주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콧물이나 가래를 키트에 넣으면 10분 내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간편진단키트(COVID-19 Ag GICA Rapid)’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피씨엘도 지난 2월 27일 전날보다 주가가 29.69% 올라 상한가인 1만 1150원을 기록했다. 28일에는 1만 3500원까지 치솟았다가 9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피씨엘은 2월 초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 긴급사용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에선 진단키트의 민감도를 지적한다. 민감도란 실제 질병 발생 여부를 진단할 확률을 말한다. 피씨엘은 개발한 진단키트 민감도는 85%라고 밝혔다. 반대로 이 진단키트를 사용할 경우 놓칠 확률이 15%라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검사하는 분자진단의 민감도는 99%다.
긴급사용 승인 요청과 관련해서도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긴급사용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정확도가 보장되는 유전자증폭검사(PCR) 방식의 진단 시약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시행하도록 권고했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따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항체 진단키트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상황이 시급한 만큼 긴급사용 승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간이평가해 신속하게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은 열어 놓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코미팜과 피씨엘 외에도 국내 업체와 연구단 등이 백신 또는 진단키트 승인 신청을 하고 있다. 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지체 없이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보완 사항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서류를 한 장만 제출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