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중학동 삼각지 전경. 사진=최훈민 기자
2월 13일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삼각지에 위치한 경제통신사빌딩 4층에 선거 캠프를 꾸렸다. 삼청동과 광화문, 종로 1가가 모이는 중학동 삼각지는 중학동 110-2와 110-8, 111번지 위에 소형 건물 3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은 종로 선거의 명당으로 꼽힌다. 광화문과 종로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상징적 의미가 크고 광고 효과도 높은 까닭이다. 제18대 국회 박진 전 한나라당 의원, 19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곳을 선거 캠프로 썼고 승전보를 울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 측이 찾아오기 일주일 정도 앞서 이낙연 캠프 인사가 사무실을 빌리려 이곳을 들렀다. 하지만 발길을 돌렸다. 빌딩 관계자가 “임차가 다 나가서 선거 캠프를 꾸릴 적절한 장소가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얼마 뒤 황 대표 선거 캠프가 차려졌다.
빌딩 관계자는 “이낙연 쪽 사람이 한 일주일 먼저 찾아오긴 했다. 근데 당시에는 임대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얼마 뒤 황교안 쪽에서 찾아 왔다. 그때는 자리가 난 상태였다. 그래서 황교안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자리가 났다는 사실을 이 전 총리 측에 굳이 말하지 않았던 셈이다.
주민들은 빌딩 측의 이러한 판단엔 박원순 시장을 향한 반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광화문 앞 대로를 광장으로 바꾸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엔 중학동 삼각지 건물 3채를 철거할 계획이 담겼다.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주민들은 ‘주민배제, 졸속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반발했다(관련기사 “협의는 없고 통보만 있었다” 박원순표 광화문광장 사업에 중학동 삼각지 상인 눈물).
주민들은 서울시가 별 다른 의견 수렴 절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당시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정도만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유민봉 미래통합당 의원 보좌관인 이순호 작은정부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찾았다. 이 보좌관은 박원순 시장과 오랜 기간 사투를 벌인 인물이었다. 그가 알아 보자 현장에선 서울시 해명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곳 주민 임상혁 씨(53)는 “의견 수렴은커녕 2019년 6월 SH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가 한 차례 찾아온 게 다였다. 그 다음에 받은 건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 물건 조사 안내’ 서류였다. 거기엔 향후 보상 절차 및 일정만 간단하게 남겨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학동 삼각지 일대엔 반민주당 정서가 강하다고 한다. 이낙연 전 총리 선거 캠프 설치가 무산된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빌딩 관계자에 따르면 정세균 총리도 의원 시절 한 차례 ‘물’을 먹었다고 한다. 정 총리는 자신의 이름이 크게 걸린 간판을 설치하려고 빌딩 관계자에게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한편 황교안 대표가 중학동 삼각지에 캠프를 차리던 날 이곳 주민들에겐 희소식 하나가 도착했다. 서울시가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대표를 보좌하는 심오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그 보좌관(이순호) 칭찬 한 번 크게 해야겠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