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행정안전부는 최근 경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시킨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수사준칙 개정을 통한 경찰 수사의 책임성 및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자치경찰제 도입 및 국수본 신설 등이 추진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취임 직후인 1월 31일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 신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를 위한 조직 설립 등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민갑룡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수사당국 안팎에서는 ‘개혁의 핵심’은 경찰의 정보력이라고 진단한다. 검찰, 국정원보다 막대한 인력과 지역마다 확보된 정보망이 ‘정치’에 개입될 여지를 얼마나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뤄질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국수본의 경우 임명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점 등은 공수처처럼 제2의 경찰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수사본부 역할과 권한, 그리고 임명권은?
국가수사본부 신설은 사실상 정부안으로 평가받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된다. 국수본을 만들어, 기존 경찰 수사에 비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경찰서에서 지방경찰청, 다시 경찰청으로 올라가는 기존 보고 체계가 아니라, 지역경찰청에서 국수본을 통해서만 수사가 진행된다. 특히 일선 경찰서의 수사 대상 및 범위, 시기 등도 모두 국가수사본부가 지휘하고 수사팀에 대해서는 인사권도 가지게 된다. 집중적인 수사 인력 투입 등에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선 수사팀장, 형사팀장은 서장이 아니라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를 받게 된다.
개정안은 이처럼 막강한 수사력을 발휘하게 될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직으로 임명해 국가경찰의 수사사무를 중립적·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인사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 합의나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수사본부 신설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도 처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회의 추천이라는 과정을 더했는데, 국수본은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경찰청장이 단일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라면 더더욱 대통령에게 힘이 쏠린 구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올해 경찰 개혁을 어떻게든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업무 보고에서 국수본 외에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연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올해 하반기 5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이 예상되는데, 자치경찰은 국가 경찰과 분리돼 주민생활과 밀접한 치안서비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또 3월 중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고, 그 후속조치로 대통령 직속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추진단’과 협의해 수사준칙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수사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메모권 보장, 진술녹음제 도입 등 피조사자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변호인이 사건 진행상황을 보다 원활히 통지받게 되고, 피조사자의 진술조서도 더 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또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감시적인 역할을 수행할 영장심사관·수사심사관도 도입해 경찰의 수사 과정을 중립적 지위에서 모니터링하겠다는 게 행안부의 계획이다.
#“진짜는 정보 경찰 통제”
“권력을 갖지 못한 야당일 때에는 경찰이 가진 정보력으로 보고되는 정치권 관련 동향 파악이 가장 두렵지만, 내가 권력을 가졌을 때는 상대방의 약점을 알 수 있는 얼마나 좋은 카드인 줄 아느냐.”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 모두 선거개입 등 ‘정치경찰’ 논란을 겪던 정보경찰은 활동 근거와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앞선 정권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가 내놓은 후속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경찰이 가진 정보력이 진짜 경찰의 힘인데 놓을 수 있을까요?” 정보 파트 근무 경험이 있는 경찰청 관계자 역시 “이번 정권 들어서면서 보고 패턴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 전에는 꼭 범죄 관련된 정보만 모아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의 정보력은 규모 면에서 타 수사기관을 압도한다. 특히 지방경찰청의 경우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쌓은 정보 네트워크가 상당하다. 사진=일요신문DB
경찰의 정보력은 왜 막강할까. 일단 규모 면에서 타 수사기관을 압도한다. 특히 지방경찰청의 경우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쌓은 정보 네트워크가 상당하다. 지역 기업 및 시민단체 동향은 물론, 지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친분과 같은 정보력은 타 기관들이 쉽게 확보하기 힘든 내용이다.
자연스레 이런 정보는 권력을 위해 사용되곤 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물론이고,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를 위해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적폐로 점찍은 검찰 대신 경찰의 정보에 의존한다는 얘기가 파다했던 터라 그 부분을 스스로 얼마나 제한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선 청와대 근무 경험자는 “청와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찰 등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적절하게 받아서 정치적으로 지지를 유지하면서 내 편의 문제는 최소화 하고 남의 편 문제를 공론화 하는 것”이라며 “결국 이 과정에서 지역 민심까지 아우르려면 경찰 정보가 중요한데 이를 얼마나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찰 개혁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다. 경찰 개혁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 이전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 되는데,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임기 내 처리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21대 국회가 들어와도 정부와 여당은 비슷한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과 변호사 업계도 모두 예의주시 중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로펌마다 경찰 출신 변호사를 대거 뽑지 않았나. 경찰 개혁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경찰뿐 아니라 우리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