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청하의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 2명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청하의 네 번째 미니앨범 ‘플러리싱(Flourishing)’ 발매 당시 쇼케이스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청하 스태프 확진 판정…안전지대는 없다?
가수 청하의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 2명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유럽 지역 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쇼에 다녀온 뒤 감염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은 끝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태프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동행 스태프와 청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다녀온 연예인들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 그룹 뉴이스트의 멤버 황민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사 플레디스는 3월 1일 “황민현을 포함해 일정에 함께 간 스태프들 모두 만약을 대비해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소문이 돈 배우 한예슬과 박민영도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놨다. 한예슬은 2월 24일 입국한 뒤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박민영 역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았으며 의심할 만한 증상도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재 박민영은 드라마 촬영 중이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며칠이 지난 뒤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민영 측은 격리대상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촬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 김태희의 복귀작인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제작진이 발열 증세를 보여 촬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검사 결과 이 스태프가 음성 판정을 받아 ‘하이바이, 마마’의 촬영은 재개됐다. 드라마 촬영은 좁은 공간 안에서 출연진과 스태프가 밀집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하이바이, 마마’ 측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제작발표회를 온라인 중계로 대체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는데도 여전히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며 “촬영장 내부에서는 최대한 안전을 기울이더라도, 촬영이 없을 때 각 출연진과 스태프가 일상생활 중 누구와 접촉하는지 알 수 없고 이를 100% 통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각 방송사들은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신원호 PD가 연출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아예 촬영을 중단했다.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분위기 속에서 무리하게 촬영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는 한 드라마의 경우 대구와 경북 인근의 로케이션 촬영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드라마를 맡고 있는 외주 제작사 대표는 “편성 방송사 차원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 주변의 촬영 일정 자체를 취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드라마는 촬영과 방송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와 촬영이 중단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를 비롯해 KBS 2TV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 등은 관객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무관중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대망의 결승전을 무관중 비공개 녹화로 진행했다. 사진=TV조선
드라마 현장보다 더욱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예능이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는 약속된 출연진과 제작진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발열 체크를 하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격리하고 촬영 현장을 소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 참여도가 높고 관객들을 동원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그들을 전수 조사하고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K팝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10∼20대 관객들이 몰리는 순위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무관중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며 현지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인 KBS 2TV ‘전국노래자랑’은 녹화를 중단한 상태고, 출연진이 특정 지역을 찾아가 무작위로 벨을 누른 후 집주인과 식사를 함께하는 콘셉트인 JTBC ‘한끼줍쇼’도 촬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예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KBS 2TV ‘배틀트립’과 tvN ‘더 짠내투어’는 녹화를 중단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분량을 송출한 후에는 재방송이나 결방이 불가피하다. 이들 프로그램은 해외 관광청 등과 손잡고 해외 녹화를 진행해왔으나 3월 초 기준으로 80개가 넘는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터라 출국 자체가 어렵다. 국내 투어로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으나 지역 간 감염 우려 역시 높아진 상황에서 여행을 소재로 삼은 예능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tvN ‘코미디 빅리그’를 비롯해 KBS 2TV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 등은 관객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무관중 녹화를 진행하고, 연예인들을 관객으로 앉히는 궁여지책을 찾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그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는 순간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더 큰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만약 유명 연예인이 드라마나 예능 촬영 도중 감염이 확인되면 모든 프로그램의 녹화가 전면 중단되는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