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 ‘동경교회’의 2016년 전경. 사진=민웅기 기자
이러한 동경교회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관련기사 [단독보도] 일본 최초 한인교회 ‘동경교회’ 갈등 내막). 갈등의 중심에는 담임목사 김 아무개 씨가 있다.
김 씨는 2010년 동경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돼 위임받았는데, 선임 직후부터 교단 헌법을 따르지 않고 김 씨와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공동의회를 중심으로 동경교회를 자신의 뜻대로 운영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김 씨는 장로 선거 부정개표 의혹과 재신임 투표, 교단 치리부 조사 거부 등 교단 및 교회 내 교인들과 갈등을 벌이다 교단으로부터 2015년 7월 2일부로 목사 면직 확정판결을 받았다.
교단의 면직 결정에도 김 씨는 동경교회 홈페이지와 안내서 등에 본인을 담임목사라 소개하며 교회 단상에 올라 설교를 이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동경교회의 ‘교단 탈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에 동경교회 정상화 기치를 내건 교인 48명은 2016년 4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한국의 1심 법원)에 김 씨를 상대로 대표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2년여 만인 2018년 7월 도쿄지방재판소는 “피고 김 씨에게 대표 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며 “피고 김 씨가 동경교회의 대표역원(담임목사)을 퇴임당했으므로, 이를 변경등기 수속하라”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 측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2월 고등법원 역시 ‘상소 이유 모두가 부당해 원심 판결을 지지한다’며 항소 기각판결을 내렸다. 또한 지난 2월 27일 최고재판소에서도 다시 한 번 김 씨 상고를 기각했다. 4년여 만에 일본 사법부의 법적 판단이 확정돼 갈등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 씨와 그 지지자들이 여전히 동경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 때문.
일본 도쿄 동경교회 교인들이 김 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표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2월 27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놓은 판결문. 사진=동경교회 교인 제공
하지만 김 씨는 직무대행 눈을 피해 교회 내 사무실을 드나드는 등 암암리에 지지자들과 모의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인 A 씨는 “동경교회에 계속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조만간 돌아올 수 있음을 믿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겠느냐”고 해석했다.
또한 대표자 자격 박탈로 월급이 지급되지 않자 김 씨는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에게 교회에 헌금을 내지 말고 본인에게 줄 것을 강요했다고 전해진다. 그 헌금으로 본인의 월급과 생활비를 충당한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교회에서 쫓겨나기 전 교회가 기존에 보유하던 헌금 보유금 1억 엔 중 절반 가까이를 써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측은 이번 최고재판소 기각 판결도 수용하지 않고, 대책을 세워 또 다른 싸움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씨 측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최고재판소의 상고 기각으로 김 목사가 동경교회 대표역원으로서 지위를 잃게 됐다. 이에 총회의 임시당회장이 동경교회로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평신도대표 협의체’보다 강한 새로운 협의체를 긴급 구성할 계획이다. 총회로부터 짓밟힌 동경교회의 자주권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재판소 판결로 가처분 효력은 종료됐다. 하지만 새로운 담임목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직무대행은 지방회와 동경교회가 선정한 임시 당회장이 맡는다. 그동안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던 변호사는 남은 임기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인은 “새 담임목사는 교단법에 의거해 정해질 것이다. 이번에는 담임목사를 신중히 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동경교회의 한 장로는 김 씨와 지지자들이 교회에서 버티는 것에 대해 “이제 공권력 투입밖에 방법이 없다. 변호사와 상의해 헤쳐 나갈 예정”이라며 “임시 당회장 체제가 되면 다시 시끄러워질 거라고 본다. 하지만 언젠가 건너야 할 강”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에 대한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최종재판소 판결 이후 첫 주일 동경교회 풍경 지난 3월 1일 동경교회에서 김 씨에 대한 대표부존재 확인 소송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온 이후 첫 주일예배가 열렸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진 전파가 문제가 되면서 이날 교회에 참석한 교인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김 씨 지지자들도 교회에 방문했지만 소송 결과를 들었기 때문인지 조용히 예배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지지자들은 교회 로비에서 다른 교인들을 설득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 교인은 “(김 씨) 지지자들이 ‘재판이 잘못됐다’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걱정하지마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씨는 교회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