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2월 21일 전 세계 동시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맴 오브 더 솔:7’을 통해 3월 2일(한국시간)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3월 7일자) 정상을 차지했다. 통산 네 번째 1위 달성이다. 이는 비영어권 가수의 앨범으로는 최초의 기록으로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시에 팝의 전설로 통하는 비틀스 이후 처음 거둔 ‘최단 기간 1위’ 기록이다. ‘케이팝’이 BTS를 선두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월 24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MAP OF THE SOUL : 7’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의 성과, 비틀스와 어깨 나란히
모국어인 한국어 노래로 세계 팝의 중심인 미국시장을 석권한 BTS는 2018년 5월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통해 같은 해 6월 ‘빌보드 200’ 1위에 처음 올랐다. 이어 3개월 뒤인 2018년 9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로 다시 1위를 기록했고, 2019년 4월 ‘맴 오브 더 솔:페르소나’로도 또 정상을 밟았다. 네 번의 ‘빌보드 200’ 1위 달성은 아시아 가수로는 전무후무한 성적이자, 또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대기록이다.
BTS는 이미 ‘21세기 비틀스’로 불려왔다. 2019년 영국 공영방송 BBC가 부여한 수식어다. ‘20세기에 비틀스가 있었다면 21세기엔 BTS가 대중의 감성을 공략하는 음악으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붙인 수식어다.
비틀스 이후 최단 기간 ‘빌보드 200’ 네 번 연속 1위를 기록한 BTS의 성과는 압도적인 앨범 판매량에 힘입어 가능했다. 음반판매량 집계회사 닐슨뮤직 데이터에 따르면 BTS의 4집 앨범은 2월 27일까지 판매 개시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총 42만 2000장이 팔렸다. 이는 실제 앨범 판매량과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와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를 더한 판매량이다. 빌보드는 “BTS의 첫 주 앨범 판매량은 올해 미국에서 발매된 앨범 가운데 최다 수치”라고 밝혔다.
국제음반산업협회가 3월 3일 발표한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도 BTS는 레이디 가가와 비틀스를 제치고 7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물론 비영어권 가수로는 처음 2년 연속 ‘톱10’에 진입한 기록이다. 성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규 4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온·ON’은 3일 빌보드가 발표한 싱글 차트인 ‘핫 100’에 4위로 처음 진입했다. 한국가수의 ‘핫 100’ 첫 진입 기록으로도 역시 최고 순위다.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핫 100’에 처음 진입했을 때의 기록은 64위였다.
빌보드는 라디오 방송 횟수를 비롯해 음원 판매 등을 종합해 ‘핫 100’을 집계한다. 대중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시기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차트로도 통한다. BTS는 ‘온’ 외에도 멤버들이 발표한 솔로곡 ‘시차’와 ‘필터’ 역시 ‘핫 100’의 84위, 87위로 각각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빌보드는 3일 “‘온’의 두 번째 뮤직비디오가 2월 28일 공개되면서 다음주에도 스트리밍 화력이 강해질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4위를 뛰어넘는 ‘순위 상승’을 예측했다.
#봉준호의 ‘기생충’과 더불어 비영어권 콘텐츠 새 역사
BTS는 이번 앨범에서도 ‘자아’에 대한 메시지를 이어간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이론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번 앨범의 주제를 ‘그림자(Shadow)’와 ‘내면의 자아(Ego)’로 정했다는 BTS는 “상처와 시련을 담은 ‘섀도’(그림자)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에고’(자아)를 녹였다”고 설명했다. BTS는 2월 24일 유튜브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데뷔해 7년 동안 가끔은 휘청거리고 중심을 못 잡던 때도 있었다”며 “무게중심을 잡는 법을 알게 되면서 상처, 시련,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우겠다”는 다짐을 타이틀곡 ‘온’에 담았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CONNECT, BTS’ 전시회. ‘CONNECT, BTS 서울 전시’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다양성에 대한 긍정, 연결 소통 등 방탄소년단이 강조해온 철학적 메시지를 지지하며, 이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진=최준필 기자
BTS의 메시지는 앨범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현대미술 작가 22명과 벌인 아트 프로젝트 ‘커넥트, BTS’로도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런던에서 시작해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뉴욕에서 개막한 ‘커넥트, BTS’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방탄소년단 앨범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BTS의 리더 RM은 “현대미술과 음악은 형태만 다를 뿐, 가치와 시대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의미는 같다”고 강조했다.
BTS가 쓰는 기록은 마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일구는 역사와 맞물려 의미를 더한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기 한국어 콘텐츠로 전 세계 대중 문화사를 새롭게 쓰면서 ‘비영어권 최초’라는 값진 타이틀까지 나눠 가졌다. ‘기생충’이 비영어권 언어로 제작된 영화로는 최초로 2월 10일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등 4관왕을 거머쥐었고, 불과 한 달 만에 BTS가 한국어 노래로 연이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한국어 영화와 앨범이 같은 시기 새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성취로 받아들여진다.
봉준호 감독과 BTS는 서로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도 보낸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1월 6일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한국이 독창성을 선도한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라며 “다만 BTS의 파워는 저의 3000배가 넘는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