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벌어진 800억 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사건은 라임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발단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리드를 인수한 경영진들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라임 임원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 대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 전 부사장은 영장 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리드 임원진들은 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전 부사장이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와 더불어 코스닥 상장사 ‘리드’ 횡령 및 주가조작 사건 연루 혐의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2019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리드’ 사건, 검찰 칼끝 라임 향한 까닭
디스플레이용 장비 제조업체 리드는 2014년 코넥스 상장에 이어 2015년 코스닥 이전 상장에 성공했다. 코스닥 상장 이후 수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한때 2만 원대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리드는 지난해 9월 말 1000원 미만의 ‘동전주’ 신세가 됐다. 또 10월 30일에는 경영진이 기소되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리드가 이 같은 상황에 내몰린 것은 경영불안과 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 때문이다. 리드는 2016년 7월 윤활유 제조‧생산업체인 코넥스 상장사 아스팩오일이 지분 11.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2019년 10월까지 다섯 차례나 최대주주 변경이 있었다. ‘아스팩오일→아스팩투자조합(유상증자 참여)→에프앤엠씨(유상증자 참여)→글렌로이드→라임자산운용(전환사채 주식 전환청구)→글렌로이드’ 순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박 아무개 씨가 부사장으로 있던 아스팩오일의 리드 인수 과정이다. 아스팩오일이 리드를 인수하던 2016년 7월에는 약 일주일간 세 차례의 최대주주 변경이 있었다. 2016년 7월 12일 당시 리드 최대주주였던 임 아무개 전 대표는 본인 지분 전량을 첼시투자자문(주)과 정플라워 유한회사, (주)디지파이홀딩스에 넘겼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는 디지파이홀딩스로 변경됐다. 이후 첼시투자자문과 정플라워는 보유주식을 일주일 만에 모두 처분했고, 7월 20일 아스펙오일이 (주)디지파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7% 전량을 110억 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리드는 2016년 8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체결 지연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또 같은 시기 기존 리드 임직원과 아스팩오일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아스팩오일 부사장인 박 씨는 2017년 1월 아스팩오일 출자로 아스팩투자조합을 설립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리드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박 씨는 리드의 부회장이자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아스팩투자조합은 아스팩오일이 아닌 다른 여러 회사로부터 출자금을 모았으며, 박 씨 등 경영진은 리드의 회사 돈을 빼돌려 아스팩오일 유상증자 대금을 갚는 데 활용했다. 대여한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인수한 회사 돈으로 자금을 갚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수법이다.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등은 라임이 리드에 심상찮은 전환사채(CB)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의혹에 연루됐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 3월 리드가 발행한 CB를 37억 5000만 원가량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리드의 CB를 매입하며 총 3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라임은 지난해 10월 잠깐 동안 리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11일 CB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지분 증가로 기존 최대주주였던 글렌로이드(5.31%)를 제치고 리드 최대주주(14.17%)가 됐으나, 이내 주식을 장내매도 해 지분율이 3.33%로 감소하면서 2019년 10월 29일 글렌로이드에 다시 최대주주 자리를 넘겼다.
# 라임, 아스팩오일 직접 지원 정황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라임이 리드에 CB 투자한 것 이외에도 아스팩오일을 직접 지원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라임은 아스팩오일 지원을 위해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를 활용했다. 파티게임즈 역시 코스닥 우량주였으나 무자본 M&A로 인해 동전주로 전락,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기업이다. 라임은 과거 상장폐지 위기의 놓인 파티게임즈 BW를 손실 없이 장외 매각하며 편법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관리했다는 ‘수익률 돌려 막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8년 3월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보유 중이던 400억 원 규모 BW를 아이엠지인터내셔널과 엘씨인터내셔날 등에 권면총액 수준으로 넘긴 바 있다.
문제는 라임이 파티게임즈 BW에 투자한 과정이다. 라임은 2017년 7월 28일 발행된 파티게임즈 BW에 400억 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당시 무자본 M&A를 통해 파티게임즈를 장악하고 있던 범LG가 구본현 씨 등 모다(파티게임즈 모회사) 경영진에 또 다른 투자를 제안했다. 라임은 파티게임즈가 ‘플랫폼파트너스 시큐어드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2호’에 100억 원을 투자하고 아스팩오일에 수수료 6억 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실제로 2017년 11월 14일 공시된 파티게임즈 분기보고서에서는 파티게임즈가 100억 원을 투자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플랫폼파트너스메자닌 사모투자신탁 2호’를 취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파트너스 시큐어드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2호는 아스팩오일의 전환사채 100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고위험 상품이다.
지난 2017년 11월 14일 공시된 파티게임즈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파티게임즈가 ‘플랫폼파트너스메자닌 사모투자신탁 2호’ 상품에 가입해 10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아스팩오일 전환사채 100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라임자산운용은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무자본M&A 세력으로 하여금 BW 400억 투자 대가로 해당 상품에 가입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라임은 파티게임즈에 4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가로 파티게임즈로 하여금 아스팩오일에 100억 원을 투자토록 한 셈이다. 라임이 CB·BW 돌려막기를 하려 했다면 파티게임즈로 하여금 자신들이 보유한 리드 CB를 인수토록 하는 등 리드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지만, 무자본 M&A를 통해 리드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있던 아스팩오일에 투자토록 했다.
상품을 운용했던 플랫폼파트너스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현재 환매 청산된 상태”라며 “100억 원 규모로 운용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련 담당자들이 퇴사했고 환매된 지 오래된 상품이라 남은 기록이 거의 없어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을 운용한 사실만 확인될 뿐, 상품을 둘러싼 라임자산운용이나 파티게임즈 관련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파티게임즈는 2017년 7월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가 같은 해 12월 상품을 처분해 100억 원을 환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팩투자조합이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리드의 최대주주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임은 같은 시기 리드 CB 투자와 더불어 아스팩오일 지원에까지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신탁 상품은 ‘라임 리스트’로 묶인 파티게임즈와 아스팩오일 간의 연결고리이자, 동시에 라임이 아스팩오일과 ‘한몸’으로 움직였다는 주요 단서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라임 관계자는 “회사 방침 상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