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한 사람들이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인들은 중증 환자 위주의 코로나19 검사 방침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논란의 시작은 2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했다. 요컨대 “한정된 의료자원을 경증환자보다 중증환자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PCR 검사는 입원을 요할 정도의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실시한다”고 방침을 세웠다.
감염관리 전문가 사카모토 후미에는 이러한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쪽이다. 그는 “의료진과 자재, 시간 등의 자원은 한정적”이라고 강조하며 “무증상 혹은 경증까지 검사를 확대하면 중증환자의 치료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검사 절차에 시간을 뺏기고, 중증환자의 치료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중한 업무로 인한 ‘의료진의 피폐’도 걱정된다.
사카모토는 “초기엔 감염자와 접촉자 중심으로 검사를 실시해왔다”며 “유행을 막으려는 원천봉쇄가 목적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유행이 일고 있는데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도 많아서 더는 감염자를 격리할 단계가 아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증환자를 빨리 찾아내 사망률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코로나19 검사는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보건소에 연락하고, 보건소가 지방위생연구소 등에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검사 자체는 2~5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결과 보고까지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어쨌든 검사를 받으면 경증이라도 하루 이상 입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경증환자의 경우엔 자택에서 머물 것”을 권고하고 있다.
TV아사히의 와이드쇼 패널인 다마가와 도오루는 이러한 정부 방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조기 발견, 조기 치료도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경증인 사람을 버리는 조치야말로 의료붕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PCR 검사를 중증환자로 한정했기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검사를 거절당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마가와는 이렇게 경종을 울렸다. “경증을 찾아내 중증화시키지 않는 것이 의료의 철칙 아닌가. 가능한 빨리 찾아내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경증을 진찰하지 않고 증증화된 사람만 진찰한다고 하면, 중증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본말이 전도됐다. 애초 PCR 검사를 누구나 받게 하면 굳이 이런 논쟁도 필요 없다.”
시사평론가 고가 시게아키도 “약자를 버리는 아베 정권의 코로나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아사히’에 논평을 실었다. 그는 “한국처럼 일본이 PCR 검사를 진행할 경우, 수천 명의 감염자가 나올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정부가 검사 수를 줄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펼쳤다.
실제로 일본 SNS에서는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검사 수도, 확진자 수도 적은 탓이다.
의료저널리스트인 마쓰무라 무쓰미는 “나라마다 전염병 단계와 의료체제가 달라 무엇이 적정한지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고 운을 뗐다. “한국은 신흥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단기간 폭발적으로 확산된 특수한 상황인 반면, 일본의 경우 누구로부터 감염이 됐는지 알 수 없는 단계”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나아가 PCR 검사는 ‘양성인 사람이 양성으로 판명되는 감도’가 100%가 아니다. 감도가 30~70%라는 보고도 있다. 즉 “검사를 하더라도 그 결과를 100%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음성으로 진단됐어도 알고 보면 감염됐을 수도 있다.
마쓰무라는 이런 이유를 들어 “전원에게 PCR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가장 힘써야 할 건 고령자나 지병을 가진 사람들이 중증화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며 “한정된 의료자원을 그곳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환자의 80% 정도가 경증으로 거의 치료를 안 해도 회복되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심은 갖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월 29일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면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한정된 의료자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검사체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하루에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검사 건수는 하루 평균 900건으로 검사 능력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한국은 지난달 29일까지 약 9만 4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으나, 일본은 약 7000명에 그쳤다.
또한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의뢰해도 거절당하는 사례가 접수됐다”고 한다. 이에 “일본의사회는 부적절한 거절 사례가 더 없는지 조사하기로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SNS에서도 “샘플링 검사를 실시해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검사를 해주지 않는 일본 의료체제가 불신감을 준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한쪽에서는 “검사를 부지런히 해서 색출하는 것이 지금 의미가 있나? 음성으로 판명된 감염자는 안심하고 활개치고 다닐 텐데” “대규모 검사를 실시해 의료 붕괴를 일으키는 쪽이 더 위험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다.
연일 시끌시끌하자 아베 총리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환자가 신속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총리에 따르면, 조만간 15분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법을 도입할 계획으로 검사비용은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검사기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건소를 거치지 않고 민간검사 기관에서도 직접 검사 의뢰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면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