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부산시가 ‘착한 임대료’ 운동에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청 전경(왼쪽)과 부산시청 전경. 사진=경남도·부산시 제공
[일요신문]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기 시작한 ‘착한 임대료’ 움직임이 민간에서 점점 확산하는 가운데, 부산과 경남 광역지자체가 이와 관련해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임대료 절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에 비해, 부산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름에 빠진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상인과 고통을 나누려는 착한 임대료 운동은 대형 집합상가부터 재래시장, 동네 골목의 작은 점포까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개인 건물주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업체로까지 확대됐다.
민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서울시와 코레일 등 공공기관에서도 거들고 나섰다. 특히 철도역사 매장을 관리하는 코레일유통은 입점 업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등포 본사 입주업체에 대한 임대료를 비롯, 성균관대복합역사와 전국 철도역사 매장 및 스토리웨이 편의점의 수수료를 20% 조정키로 했다.
코레일유통 임헌명 홍보파트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 지원을 통해 국내경기 진작에 동참하고자 이번 지원대책을 결정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중소상인과 동반·상생 경영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도 함께 나섰다. 경상남도와 산하 기관인 경남테크노파크(경남TP)는 소유 건물인 경남TP 본부동 및 특화센터 등에 입주한 기업인과 식당 등 근린생활시설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3개월 동안 30%에서 50%까지 감면키로 했다.
이번 감면으로 경남TP에 입주한 중소기업 241개사, 근린생활시설 4개사 등 총 245개 업체가 혜택을 보게 되며, 임대료 감면 규모는 기업 당 평균 월 26만 원으로 3개월 동안 약 80만 원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경남TP 안완기 원장은 “코로나19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대료 감면을 결정했다. 시름에 빠진 중소기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5일 현재까지 이와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2000여 개의 지하상가 점포 관리하는 부산시 산하기관인 부산교통공사는 임대료 감면에 아직 나서고 있지 않다.
서면지하상가 등 1400여 개의 점포를 관리하는 또 다른 부산시 산하 기관인 부산시설공단은 임대료 납부를 6개월 늦추고 관리비를 깎아준 게 전부다. 서면지하상가 상인 A 씨는 “결국은 임대료를 모두 다 내라는 얘기다. 이런 생색내기 대책을 왜 내놓은 건지 모르겠다. 현재 상권이 거의 마비됐다. 납부 유예보다는 실질적으로 임대료를 삭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인 방송인 강세민 씨(부산교통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는 “부산시가 정작 필요한 게 뭔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원칙만을 고집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처참하다”며 “보다 감성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