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마다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현된 후 불과 2개월 만에 전세계 85개국으로 퍼져나간 코로나19의 치사율은 현재 3.44% 정도다. 치사율이 10%에 달했던 사스나 무려 34%에 달했던 메르스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높은 전파력이다.
특히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요컨대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또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계속하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최선의 방법은 아무래도 예방일 터.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감염을 피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하면서 일상 속에서 취하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각국 의료진들이 추천하는 여러 가지 감염 예방 요령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멋쩍게 거절당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비누와 뜨거운 물로 손을 꼼꼼히 씻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최소 다섯 번 비누와 물 또는 손세정제로 손을 씻을 것을 권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손을 충분히 비벼가면서 씻어야 한다는 점이다. 손을 비빌 때 생기는 마찰이 감염의 징후를 없앨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특히 아픈 사람을 간호할 때는 음식을 준비하기 전이나 준비하는 동안, 또한 준비를 마친 후에도 손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전후와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마찬가지다. 만일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청결히 씻도록 한다. WHO는 “손은 특히 일상 속에서 많은 표면을 만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포옹과 악수를 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볼키스를 나누는 유럽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이에 최근 프랑스 정부는 사람들끼리 뺨을 맞대서 볼키스를 하는 전통적인 프랑스식 인사법인 ‘비쥬’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와 더불어 당분간 악수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 상태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물리적 성격의 사회적 접촉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여기에는 볼키스 또한 포함된다”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감염자수 증가로 인해 최근 독일에서는 멋쩍은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회의에서 만난 독일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거절하면서 무안 아닌 무안을 주고 만 것이다. 반갑게 악수를 청했던 메르켈 총리는 멋쩍어 하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후에 “당연한 일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공 악수. 사진=데일리메일 온라인
#‘허공 악수’를 한다
직장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악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인사법이 되고 있다. 이에 한 동기부여 연설자가 ‘허공 악수’를 고안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리처드 맥캔은 지난 8일 리즈에서 열린 한 강의장에서 무대 위에 올라온 남성과 손을 맞잡지 않은 채 악수를 하는 ‘허공 악수’ 시범을 보였다. 현재 이 악수법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존 악수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손잡이와 난간을 만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퍼지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만진 물체의 표면을 다른 사람이 만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한 다음 그 손으로 표면을 잡았을 때 바이러스가 옮겨가면서 발생한다.
독일 그리프스발트대학의 귄터 캄프는 “살균제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공공건물에서 만지는 많은 표면들은 그만큼 자주 소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보통 몇 시간 동안 단단한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한 연구는 바이러스가 최장 9일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공장소의 문손잡이나 버스나 지하철역의 난간은 특히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구역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땐 손가락 대신 볼펜을 사용하자.
#손가락 대신 볼펜을 사용하여 버튼을 누른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의 왕린파 교수는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엘리베이터는 모든 사람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는 손가락 대신 볼펜이나 기타 물건을 이용해서 누를 것을 권고했다.
#공중 화장실에서는 가능한 아무 것도 만지지 않는다
또한 왕 교수는 “엘리베이터와 공중 화장실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가능한 어떤 표면도 만지지 않도록 아주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공장소에서는 장갑을 끼고, 손으로 만지는 물체는 소독한다
2002년 사스 발병 당시 중국을 여행했던 과학 작가인 로리 개럿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 조언은 ‘공공장소에서 장갑을 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문을 열거나 닫을 때는 항상 장갑을 껴야 한다. 개럿은 “만약 팔꿈치나 어깨를 이용해서 문을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 문손잡이를 돌릴 때는 장갑을 끼고 손잡이를 만진 후에는 손을 씻어라”고 충고했다. 또한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아프다면 문손잡이를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휴대폰, 장난감, 노트북 등 손으로 만지는 물건들은 모두 소독해야 한다.
얼굴 만지는 습관을 버리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얼굴을 만지지 않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원인 앨리스테어 마일즈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얼굴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마일즈는 “얼굴을 만지지 말아라. 특히 눈, 코, 입을 만지는 행동을 멈추어라. 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또한 “하지만 연습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단한 표면에 살아있던 바이러스가 다음에 그 표면을 만지는 사람에게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염된 표면을 만진 다음에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질 경우 입, 코, 눈의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가고, 감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실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시간에 보통 16~23회 얼굴을 만진다. 가령 손가락이나 손으로 턱을 괴거나 뺨을 만지거거나 눈을 비비는 식으로 습관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이다. 포틀랜드 오레곤보건과학대학의 낸시 C. 엘더 박사는 “코를 긁거나 눈을 비비거나 턱을 괴거나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는 등 여러 방법으로 얼굴을 만지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문제는 이렇게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라고 충고했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메리-루이즈 맥로즈 역학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눈, 코, 입 등 모든 안면 점막은 코로나19나 사스와 같은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사람들을 지켜봤는데 약 2분 동안 얼굴을 수십 차례 만지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자주 얼굴을 만지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집에서는 수건을 함께 사용하지 말고 창문은 열어둔다
개럿은 “집에서는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건은 가족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가족들이라고 해도 가능한 15분 이상 2m 내 거리에서 대화하지 않아야 하고, 밀접 접촉을 하게 되는 자동차 안에서는 가능한 창문을 열어둔 채 이동해야 한다.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로 입을 막고, 사용한 휴지는 즉시 휴지통에 버린다. 만일 휴지가 없다면 맨손으로 입을 막기보다는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을 하는 것이 낫다. 또한 길거리에서는 절대 침을 뱉지 않도록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하면 약 2.1m 밖까지 바이러스가 배출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1m 떨어진다
WHO는 “누군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코나 입을 통해서 바이러스 입자가 작은 침방울에 섞여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만일 이때 기침하는 사람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을 들이마실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또는 단순히 말을 할 때 작은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약 2.1m 밖까지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왕 교수는 “공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사실 아주 운이 나쁜 경우”라고 말하면서 “그런 경우는 그 사람이 당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기침을 했거나 혹은 당신 바로 가까이에서 기침을 했을 경우다. 아니면 당신이 엘리베이터에 타기 약 30초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그 안에서 기침을 했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너무 믿지 않는다
사실 마스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완벽히 막아주지는 못한다. 리딩대학의 사이먼 클라크 박사는 “바이러스 입자는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시중에서 구입하는 마스크의 필터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구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감염된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바이러스를 밖으로 퍼뜨릴 위험을 상당수 줄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