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하는 엄마들-정의당 시민선거인단 참여 협약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최악의 경우 4·15 총선 전 범진보연합군이 깨진 채 각자도생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당이 애초 전략인 ‘사표 심리 방지표’의 흡수는커녕 미래한국당과의 일대일 구도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전략의 부재’다. 더불어민주당 외곽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구축 움직임을 보일 당시에도 정의당 내부에는 큰 위기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친문(친문재인) 외곽 그룹의 위성정당(깨어있는 시민연대당) 창당에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은 전략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전면에 나선 것은 민주당의 ‘마포 5인 회동’ 직후다. 특히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 핵심인 이인영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위성정당과 관련해 민생당과 함께 정의당을 콕 집어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의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당직자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정의당은 1석(비례대표)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초강수를 뒀다. 심 대표는 3월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포 5인 회동에서 위성정당 창당 명분으로 ‘탄핵 방패막이’가 나왔다는 점을 겨냥, “정말 국민의 뜻에 의해 탄핵 위기가 온다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진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기차는 이미 떠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마포 5인 회동 이후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창당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정치개혁연합’(가칭)은 3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과 연대 여부를 확정하면, 7명 안팎의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과 진보 시민단체는 “정의당을 설득할 것”이라며 압박전을 전개하고 있다. 정의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비례대표 무공천을 골자로 한 이른바 ‘최재성 안’을 끝내 관철할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심상정 대표가 이해찬 대표에게 회동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간 찰떡 공조를 보여줬던 민주당과 정의당의 ‘밀월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