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CCTV를 통해 직원을 관리·감독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CJ대한통운 본사 건물. 사진=일요신문DB
#안전환경팀이 CCTV를 찾는 이유
CJ대한통운 본사는 ‘안전환경팀’을 조직해 전국 택배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1만 8000명이며 운송 차량이 1만 9000여 대로 집계된다. 사업장은 서브·허브터미널 290개, 대리점 1800개, 취급점 2만 6000개에 달한다. 이 중 안전환경팀은 물류가 모이고 분배되는 서브·허브터미널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문제는 안전환경팀이 사업장에 설치된 CCTV를 전수조사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CCTV를 돌려보며 택배기사 및 상하차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적해 본사에 보고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의 한 지점은 택배기사 130~150명을 현장 관리자 4명이 관리하고 있다. 관리자는 지적사항이 CCTV에 찍히지 않도록 현장 업무보다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CJ대한통운 터미널의 한 관리자는 “안전환경팀이 현장에 와 CCTV를 돌려보며 문제를 지적하면 후속 조치하고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며 “이 팀이 경영진 회의에서 미흡한 터미널을 소개하며 질책하기 때문에 CCTV로 직원을 감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검을 많이 하고 언제 할지 모르니까 현장 근무자의 업무량이 과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택배기사의 불만도 높다. CJ대한통운 한 택배기사는 “쉴 타이밍이 생겨 앉기라도 하면 CCTV를 보고 있는 현장 관리자에게 바로 연락이 온다”며 “카카오톡 단체방에 CCTV 화면을 올려서 지적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 관리자는 CCTV에 흡연 장면이 걸리면 해고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덧붙였다.
#CCTV 감시 목적이라면 명백한 위법
CJ대한통운이 따로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CCTV를 직원 감시를 위해 설치하고 사용했다면 명백한 위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1항에 따르면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한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 등의 목적으로만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또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되고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도 없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변호사는 “전담팀을 둔다고 처벌할 수는 없으나 팀을 만들었다는 건 본격적으로 CCTV를 본래의 목적 이외에 근로자 감시를 위해 설치했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며 “CCTV로 근로자를 감시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며 개인정보보호법 제72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의 CCTV 감시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100만 원의 위자료가 지급된 판결도 있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CCTV 운용 목적이 직원 감시가 아닌 안전 등을 위한 것이며 개인정보 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CTV는 각 택배 현장의 공개된 장소에 안내문을 부착해 설치하여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며 “CCTV를 보는 것은 안전이 중요한 택배 현장에서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고 위험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 회의에서 확인하고 조치하는 것은 택배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자 교육 차원에서 활용한 것으로써 회의에 소개된 각 사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으로 제재 마땅치 않아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CCTV 감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근로자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해서 보완할 것을 권고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직접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근로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원래 민간기업은 인권위 조사대상은 아니”라며 “인권위는 각 부처에 권고하는 곳이지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일은 각 부처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후 CCTV 감시 피해자를 돕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미비해 실효성 있는 관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을 지도·감독할 수 있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며 “국회서도 법 제정 때 괴롭힘 영역이 크고 모호해 처벌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CCTV 직원 감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피해 직원이 회사를 고소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피해 직원이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CCTV,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직원을 감시하는 등의 노동인권 침해 실태에 관해 조사한 결과, 직장 내 전자감시로 개인정보가 침해됐을 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 설치는 노사가 합의해 CCTV 감시 범위를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와 CCTV 감시에 대해서 합의한 일은 없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CCTV 감시가 빈번해도 회사가 CCTV 감시를 택배기사와 합의한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CTV로 직원을 감시해도 현행법으로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권오성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기업이 시설물관리·사고예방 등을 이유로 CCTV를 설치하고 노동자를 감시해도 현재로선 이를 제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CCTV를 통한 직원 감시가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정된다면 손해배상이 가능하고 그 금액 또한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배상액이 크지 않아서 ‘민사적’인 구제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