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화물터미널 차고지에 타다가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좌절된 타다의 꿈
지난 3월 4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직후 타다 운영사 VCNC는 입장문을 내고 “타다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사업을 전환해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 개정안 통과 후 타다가 사업을 유지하려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플랫폼운송면허를 취득하고 기여금을 내는 등 택시총량제를 따라야 한다.
타다가 현재 운영 중인 1500대를 그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200억 원 규모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연간 매출이 27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했을 때 기여금 액수는 타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타다 관계자는 “(법사위 통과 이후 밝혔던 대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유예기간 동안 사업을 전환해 서비스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유사한 서비스를 영위 중인 차차 관계자 또한 “영업중단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3월 6일 ‘대통령님께 거부권 행사를 요청 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결정은 대통령님의 말씀과 의지를 배반하는 것”이라며 “대통령님이 도와달라”며 호소했다.
#업계의 분열과 카카오의 행보
시장 초기 한 목소리를 내던 승차공유업계는 개정안으로 인해 분열된 양상을 보였다. 타다와 차차 등은 개정안을 ‘반 혁신법’이라고 비판하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반면 카카오는 마카롱택시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등과 함께 두 차례나 성명서를 내고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카카오 등 7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타다를 멈춰 세우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 “법안이 ‘타다금지법’이라는 별칭으로 본래 취지보다 특정 기업과의 갈등만 부각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법안을 둘러싸고 카카오 등 기존 택시 면허 체계를 준수하며 사업을 영위 중이던 업체들과 기사 포함 렌터카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 간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승차공유업계의 분열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타다 논란이 이어지던 과정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은 카카오의 행보였다.
카카오는 타다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을 이리저리 바꿨다. 카카오는 타다의 1심 무죄 판결 이후인 지난 2월 25일 렌터카 호출 서비스에 대해 “진출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간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기존 입장을 슬며시 수정한 것.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뒤인 2월 27일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여객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사회적 대타협 이후 실무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기업 중 하나로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이다. 기사 포함 렌터카(타다 식 서비스)의 경우 가능성 중 하나로 검토하는 수준이었다”며 “‘타다 식’ 서비스를 검토했던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승차공유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경쟁하는 입장인 만큼 카카오의 사업 추가 진출 등을 지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규제 내에서 사업을 확장한다고 강조해왔던 카카오가 ‘타다 식’ 서비스까지 추진하면 사실상 모든 모빌리티 분야를 독식하게 되는 셈인데,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택시업계와 손잡고 상생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다처럼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를 검토하는 등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결국 승자는 카카오일까?
타다, 차차 등 ‘타다식’ 렌터카 호출 서비스를 영위하던 모빌리티 업체들이 개정안 통과로 사업을 중단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 762억 원가량을 투입해 법인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하고 900여 대의 택시 면허를 사들인 바 있다. 카카오는 앞서 카풀 서비스로 인해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한 달 만에 사업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해 7월 국토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상생안에 발맞춰 사업을 전환했다.
벌써부터 카카오의 독점 우려가 나온다. 김성준 차차 명예대표는 개정안 법사위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와 설전을 벌이던 중 “카카오가 택시면허 23만 대, 2600만 명을 가두고 콜 주고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 등도 카카오가 서비스 출시하면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심사역들이 조금만 들여다봐도 카카오 때문에 다른 업체에 투자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카카오가 이미 승기를 쥐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미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데다 자본력까지 뒷받침되는 카카오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카카오는 일반 택시 ‘카카오T’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11인승 승합차 대형택시인 ‘카카오T 벤티’를 시범 출시해 타다를 견제해왔다.
이와 관련해 앞서의 승차공유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처럼 택시 보호 정책사업에서 사업모델을 설계한 업체는 렌터카 기반 업체들을 없앤 이후 카카오와 경쟁해야겠다는 계획이겠지만, 어불성설이다. 카카오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들은 자금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기여금이나 총량제한 등 세부 규정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당분간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며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카카오모빌리티만이 추가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카카오는 향후 스타트업들 또한 사업을 영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정안에 카카오뿐만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 기업들도 함께 지지의사를 밝혔다”며 “아직은 개정안이 큰 틀만 있어 세부적인 하위 법령이나 시행령이 없는 상황이지만, 국토부에서 관련 방침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플랫폼 모빌리티의 경우에도 국토부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기여금 감면이나 면제 등의 방식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