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이번 시즌 텍사스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2020시즌은 추신수에게 매우 특별한 한 시즌이 될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 중 마지막 해이고, 선수생활 은퇴와 계약 연장의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텍사스 스프링캠프에서 추신수를 만나 그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5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2020년 외야수 판타지 랭킹’에서 추신수를 외야수 랭킹 52위로 꼽았고, 예상 성적을 타율 0.255, 21홈런 63타점으로 기록했다. 빅리그 데뷔 16년차를 맞은 추신수의 현지 전문 매체의 평가다. 메이저리그 30개팀 외야수 90명 중 중위권 정도 선수로 평가받은 셈이다.
2013년 겨울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는 올 시즌이 지나면 텍사스와 계약이 만료된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추신수의 향후 거취는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가 시즌 이후를 예측하고 준비하기는 어렵다. 어느 시즌과 똑같이 캠프를 소화하는 중이다. 앞으로 문제는 시즌 마치고 고민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내가 얼마나 건강한 몸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만 생각하고 싶다.”
추신수는 “올 시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시즌 이후 은퇴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이영미 기자
일단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아직 더 뛸 수 있는 몸 상태고, 그가 채워 넣어야 할 여러 기록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먼저 2000안타 달성이다. 추신수는 2019년 4월 5일 메이저리그 15시즌 만에 개인 통산 1500안타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19시즌까지 통산 1645안타를 기록 중이고 2000안타까지는 355개의 안타가 더 필요하다. 평균 안타 기록을 고려했을 때 2.5년 정도면 2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다. 추신수도 2000안타에 대해서 욕심을 나타냈다.
“다른 건 몰라도 2000안타는 도전하고 싶은 목표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 달성 가능할 수 있는 기록일지는 몰라도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2000안타는 굉장히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2019년 9월 29일 추신수는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통산 200홈런-150도루 이상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2005시즌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후 활약한 기록들이 숫자로 빛을 내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 현역 선수들 중 200홈런-150도루 이상을 기록한 이는 추신수를 포함해 9명이 전부다.
추신수의 다양한 기록들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루틴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자신과 약속을 엄격히 지키고, 스스로 타협하지 않으며,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노력들이 지금의 추신수를 만들었다. 그 또한 자신의 이런 부분을 인정한다.
“약간 변화는 있겠지만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도 늘 하던 훈련을 이어갔다. 스프링캠프 때 새벽 5시 이전 출근은 지금도 실행 중이다. 아주 가끔은 조금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마 은퇴할 때까지 이 루틴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6일 새벽 4시 50분에 기자는 추신수가 숙소로 사용 중인 서프라이즈 인근의 한 주택을 찾았다. 추신수의 출근길에 동행 취재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새벽 4시 50분에서 1분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50분에 차고 문을 열고 나타났다.
추신수의 차에 동승해 집에서 14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텍사스 훈련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추신수는 “다른 날은 4시 30분에 집을 나선다”고 귀띔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또한 루틴이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는 스프링캠프 동안 행하는 새벽 출근은 마이너리그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시절에도 새벽 등교가 익숙했던 터라 스프링캠프의 새벽 출근이 어색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일찍 출근하면 사우나, 치료실, 웨이트트레이닝룸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늦게 출근하고 훈련량도 줄여보려 했는데 하루이틀 해보다 다시 이전의 루틴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이를 먹어도 내 몸에 익숙한 패턴이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30대 중반이 넘어선 현재까지도 스프링캠프 기간 새벽 출근 루틴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를 전담하고 있는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은 추신수의 재계약 관련해서 ‘추신수는 텍사스의 톱타자로 최고의 옵션’이라면서 ‘내년 시즌에 그를 대체할 후보들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텍사스 레인저스를 이끄는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의 재계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자는 우드워드 감독에게 “당신이 계약 당사자라면 추신수와 재계약하겠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계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내 선택은 추신수와 재계약이다. 그는 항상 준비돼 있는 자세로 훈련과 경기에 임한다. 나는 그에게 무엇인가 따로 주문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 스스로 잘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우리 팀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고, 나를 비롯해 우리 구단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8년 만에 추신수와 다시 만난 코리 클루버(사이영상 2회 수상자, 올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트레이드 된 투수)는 추신수에 대해 이런 생각을 들려줬다.
“추신수는 내가 맨 처음 메이저리그로 콜업됐을 때 롤 모델로 생각했던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어떤 일이든 그는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고, 많은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한테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루틴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타자고, 나는 투수기 때문에 루틴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추신수처럼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수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부분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이 루틴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여러 사람을 다시 만나고 있는데 그중 추신수와 한 팀에 있다는 게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마치고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내가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 “내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그 특별한 경험을 좀 더 지속하고 싶은 마음만은 숨기지 않는다.
“해마다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야 그 다음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