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6월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 두 곳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해 10월엔 조현준 회장을 직접 고발했다. 언론 등에선 이를 효성가 ‘형제의 난’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효성의 내홍이 한창이던 2016년 조현문 전 부사장은 또 다른 구설에 휩싸였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비리 수사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해외 체류 등의 이유로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이었던 한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 대리인에게 여러 번 조사를 통보했다. (조 전 부사장은) 참고인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소재지 파악이 잘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라고 귀띔했다.
이 뿐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으로부터도 피소를 당했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내가 보유한 효성 계열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각종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며 협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소 중지된 상태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고위 인사는 “피고소인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은 사건이라 일단 기소가 중지됐다”면서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다.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파악되면 수사는 바로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2017년 1월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인헤리턴스 엔터프라이즈(Inheritance Enterprises)’라는 법인명의 사모펀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자본금은 5000만 달러(약 597억 원)으로 조 전 부사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에 등록된 법인 관련 문서들을 살펴본 결과 조 전 부사장 주소는 싱가포르 경제 중심지인 라플스의 유명 빌딩이다. 조 전 부사장은 영주권까지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2018년 5월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11월 주소지를 옮기고, 12월엔 채용공고까지 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이 싱가포르에서 활발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한 대목들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는 “어느 정도 신빙성 있다고 생각되면 (조 전 부사장) 사건 파일을 다시 꺼낼 수 있다. 확인 작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