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느 평일 새벽 5시 경기였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열 수가 없었다. 또 한번은 최근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기도 했고 다음날 온라인 캠페인 시작을 앞두고 있어 경기 전에 문을 일찍 닫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4년 넘게 펍을 운영하며 딱 두 번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 가게를 열어뒀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수많은 축구클럽 중 왜 리버풀일까. 그는 우연한 계기로 리버풀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는데 당시 룸메이트가 리버풀 사람이었다. 리버풀이 치르는 챔피언스리그 경기 티켓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같이 가려던 사람이 못 가게 돼서 내가 갔다. 그 경기가 ‘이스탄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2004-2005시즌 결승전이었다. 그 경기를 보고 나서 자연스레 리버풀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탄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과 맞붙은 리버풀은 전반 내리 3골을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으며 후반 3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차지해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이 경기를 김 대표가 직접 관전한 것이다.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4-20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지금도 회자되는 극적인 경기다. 사진=연합뉴스
리버풀 도시와 궁합도 좋았다. 김 대표는 “축구 기자로 일한 적이 있고 그 이후 다른 일로도 리버풀에 갈 일이 꽤 있었다”면서 “당시 도시의 분위기가 나를 매료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리버풀의 느낌이 약간 침울했다. 날씨도 우중충했고 공교롭게도 경제적 상황과 함께 리버풀 구단의 성적도 과거 영광에 미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B급 감성’을 좋아한다. 물론 세계에 더 좋은 도시가 많겠지만 나에겐 리버풀이 최고의 도시였다”고 설명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그에게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가 탄생한 도시 리버풀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리버풀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물론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큰 감동을 준다”면서 “하지만 경기장 근처 펍에서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보는 것이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다. 여러 펍을 전전하며 ‘오늘 경기 틀어주나요’라고 굳이 묻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시즌 꼭 리버풀이 우승해야 한다”며 웃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가 주장하는 B급 감성과 달리 리버풀은 이번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그리 축구를 잘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응원을 해왔기에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난 1일 리그 27경기 무패행진이 끝났을 때도 덤덤하게 지켜봤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시즌 우승은 해야 한다. 무조건 해야 한다”며 웃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